'3명 사상' 대구 죽곡정수장 질식사고 원인물질이 바뀐 이유는?
3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죽곡정수사업소 질식사고는 장비 측정 오류로 원인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소방본부는 다른 지역에도 관련 사실을 알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구소방본부는 지난달 20일 죽곡정수장 저류조 질식사고 현장에서 검출된 물질이 시안화수소(청산가리)에서 황화수소로 바뀐 이유에 대한 해명자료를 지난 2일 발표했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저류조에서 시안화수소가 47PPM(치사량 50PPM)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119특수대응단이 보유 중인 휴대용 복합가스 측정기(멀티레이·MultiRae) 4대로 측정한 수치다.
하지만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죽곡정수사업소 사고 사망자의 혈액에서 황화수소가 1000PPM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과수 분석에서 시안화수소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의 분석결과가 엇갈리자 논란이 일었다. 시안화수소는 맹독성 물질인 청산가리의 기체형태로 금과 은을 가공하거나 살충제를 만들 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낙동강 원수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에서 고농도의 시안화수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비해 황화수소는 하수구나 습지 등 산소가 부족한 장소에서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발생한다. 500~700PPM 농도에서 30분~1시간 정도 노출될 경우 의식불명 상태에 빠질 수 있다. 1000PPM 이상이면 수분 내에 의식불명 또는 사망에 이른다.
경찰 발표에 소방당국은 측정기 관련 업체에 검출 오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대기 중 황화수소가 있을 경우 기기 상에 시안화수소도 검출된다는 표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른바 ‘간섭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소방본부가 사고 당일 오전 10시30분과 10시52분 두 차례 측정한 결과 시안화수소는 각각 40.0PPM과 47.5PPM 검출됐다. 이때 황화수소도 3.6PPM씩 나왔다.
당시 치사량에 가까운 시안화수소가 검출된 만큼 이 물질을 사고원인으로 특정하고 구조활동을 벌였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대구소방본부는 대구환경청의 측정에서도 시안화수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재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물질의 재확인을 위해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죽곡정수장 저류조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측정기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방청을 비롯한 전국 소방기관, 대구환경청 등에 알릴 예정이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달 초까지 시안화수소를 포함해 다른 화학물질을 측정할 때 간섭현상 등 오류가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면서 “추가 장비 도입을 검토하거나 장비개발을 건의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전 9시45분쯤 달성군 다사읍 죽곡정소사업소 저류조 지하 2층에서 용역업체 청소노동자 1명과 공무원 2명 등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노동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고 당일 숨졌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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