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펠로시 떠난뒤 대만포위 실사격훈련..'우발 충돌'은 피했다

김남석 기자 2022. 8.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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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도 7시간 남중국해 우회

美·中 군사 충돌 가능성 낮춰

항모 동시출격 한때 일촉즉발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 반발에도 7시간 비행 끝에 대만에 도착한 2일(현지시간) 대만 주변 해역과 남중국해 일대에서는 미·중 항공모함이 나란히 출동하는 등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미군이 펠로시 의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로널드 레이건호(CVN-76) 항모전단 등을 대만 동부 해역에 진입시켰고, 중국군 역시 항모 랴오닝(遼寧)·산둥(山東)호를 출동시킨 데 이어 대만을 포위한 실사격 훈련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이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탄 C-40C 군용기를 남중국해를 가로지르는 대신 인도네시아·필리핀 영공으로 우회하고, 중국 역시 대만 주변 실사격 훈련을 펠로시 의장 출발 이후인 4일부터 실시키로 하면서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대만 자유시보와 TVBS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군용기는 이날 오후 3시 42분쯤 말레이시아를 이륙해 7시간가량 지난 오후 10시 43분 대만 쑹산(松山)공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 일행은 남중국해를 거쳐 대만으로 향하는 항로 대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영공으로 크게 우회해 말레이시아에서 대만까지 걸리는 통상 비행시간인 5시간보다 2시간 정도 더 오래 걸렸다.

펠로시 의장 일행이 우회항로를 택한 것은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가로지르면 자칫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항로를 우회했음에도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비행기가 대만에 근접할 무렵 중국군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는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8대, 공중급유기 5대가 이륙해 남쪽으로 향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군은 이날 펠로시 의장 일행이 대만으로 향하기에 앞서 필리핀 해역에 머물던 핵 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전단을 북상시켜 대만 동쪽 500㎞ 해상에 전진 배치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미 7함대 5항모강습단의 기함으로 F/A-18E/F 슈퍼 호넷 전투폭격기를 비롯해 EA-6B 전자전기, E-2C 호크아이 조기 경보기 등 각종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고 있다. 또 유도미사일 순양함 USS 앤티텀,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히긴스 등과 함께 기동하고 있다. 또 미군은 F-35B 등을 운용하는 아메리카급 최신 강습상륙함 트리폴리(LHA-7) 역시 대만 동부 해역으로 진입시켰다. 미군은 펠로시 의장의 이번 인도·태평양 순방에 앞서 주일미군 소속이 아닌 KC-135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 10여 대를 일본에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대만군도 펠로시 의장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부터 전투준비 태세를 격상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시 강력 대응을 예고했던 중국군도 숨 가쁘게 움직였다. 구중(顧中)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부참모장은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연합 군사행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사격을 각각 실시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시험사격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참모장은 “미국의 대만 관련 부정적 움직임이 심화한 상황에 맞서 엄중 조처를 해 대만독립세력의 독립 도모 행위에 경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대만을 둘러싼 형태로 설정한 구역의 위도·경도를 소개하며 중국군이 4∼7일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군사훈련 및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군 역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이후인 4일부터 실사격 훈련에 나서면서 대만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미군과의 충돌 가능성은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중국 항공모함 2척이 대만해협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1일 산둥호가 모항인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항을 출항해 대만해협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측됐고, 전날인 7월 31일에는 랴오닝호 역시 산둥성 칭다오(靑島)항에서 대만해협으로 향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공산당의 이번 훈련 발표는 무력충돌로 이견을 해결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리를 부각하는 것”이라며 “대만군은 철저한 감시와 경계태세를 갖춘 만큼 적시에 적절히 대응하고 국군은 반드시 자리를 지키고 국가안보를 지킬 테니 안심하고 힘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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