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쩌자는건가"..박순애 자화자찬만 남은 '맹탕 간담회'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2022. 8.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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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개편 혼선 속 뒤죽박죽 된 백년지대계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월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학부모가 발언 중 눈물을 흘리자 달래고 있다. ⓒ 연합뉴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둘러싼 혼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 등 현장의 강력한 반발을 확인한 교육부는 학제개편 추진 발표 나흘 만에 정책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급과 영향력이 큰 국가 교육 정책을 사전 논의나 공론화 한 번 없이 밀어붙인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간담회를 열고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및 초등 입학 연령 조정 등 학제개편안을 담은 '국가책임제 강화'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 간담회를 갖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강력 반대 입장과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교육감 논의에서도 난상 토론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론 수렴과 공론화를 강조하고 나서자 뒤늦게 학부모 연쇄 회동을 갖는 등 여론 추스르기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전날 진행된 박 부총리와 학부모 긴급간담회에서도 '졸속 추진'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두 자녀가 모두 학제개편 대상에 포함된다며 "어떤 보완책을 내놓아도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대책은 아이들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학제개편안을 들었을 때 이 시대에 두 번째 자녀를 출산하는 부모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 뒤 눈물을 보였다. 

이에 박 부총리가 손을 뻗어 정 공동대표를 달래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위로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며 뿌리쳤다. 이에 박 장관이 정 공동대표의 손을 재차 끌어당기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입시경쟁 완화 등 지금 산적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가교육책임을 아무리 말해도 부모들은 체감되지 않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이 정책을 철회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도 "만5세 입학 얘기가 나오자마자 벌써부터 사교육계가 선전에 나서고 난리가 났다"며 "이런 황당한 일을 만들고서 (뒤늦게) 무슨 공론화냐. 만5세 입학제는 당장 철회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 부총리는 참석한 학부모 대표자들의 철회 요구가 거듭되자 결국 "만5세 입학은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만약 국민들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밖에 없다"고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책 발표 나흘 만에 학부모는 물론 전방위 반발에 부딪히자 철회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부가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국민 혼선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8월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 종료 후 한 학부모단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난 여론 달래기는 커녕 기름 부은 박순애

박 부총리를 향한 사퇴 요구 목소리도 커진다. 박 부총리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지만 정부의 정책 도입 취지나 향후 개선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뒤늦은 간담회였던 만큼 '준비된 논의'가 필요한 자리였지만 박 부총리 입에서는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만한 조율도, 내용도 나오지 않았다.

학부모로부터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 박 부총리는 오히려 간담회 막바지에서 '실언'까지 하며 더 큰 반발을 샀다. 박 부총리는 "제가 (지난 7월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 이런 화두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언제 (정부가) 지난 5~8년 동안 이렇게 얘기를 들었느냐. 학부모님들의 목소리를, 가슴 아픈 사연을 직접 얘기하면서 같이 논의할 수 있었겠느냐"며 성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황당한 발언을 내놨다. 

이에 한 학부모단체 대표는 "지금 병 주고 약주는 말씀인 것 같다"면서 "팩트체크도 없이 만5세 입학을 다 던져놓고 이제 와서 간담회 하면서 할 소리냐"고 따지기도 했다.  

교육부가 수요조사나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출범, 국민의 목소리를 더 듣겠다고 했지만 정책 철회 요구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지난 1일 시작된 릴레이 집회를 이날 오후에도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이어간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오는 4일 국회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정책의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어 정책 폐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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