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중국 30년 악연, 대만 방문으로 최고조 달했다"

천안문 광장서 희생자 추모에 달라이 라마 만나기도
"중국에 맞서 대만 지지할 사람, 펠로시가 가장 적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의 하원에서 아즈하르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국회의장과 회담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정윤미 기자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으로 그와 중국 간 오랜 갈등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펠로시 의장과 중국의 '악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 4년차 하원의원이던 펠로시 의장은 베이징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호텔을 빠져나와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톈안먼 사태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성명을 낭독했다가 중국에서 구금됐다.

또 2007~2008년에는 티베트 독립운동을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해왔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유치를 반대, 2022년에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 보이콧을 주도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진영에게 고무적인 신호를 준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1979년 국내법으로 제정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 Act)에 따라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법은 "미국은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방위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 후버 연구소의 대만 전문가인 카리스 템플먼은 "중국의 압력에 맞서 대만을 지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데 펠로시 의장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그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매우 강력하고 상징적인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전·현직 미 하원의원들은 대만을 방문해왔지만, 유독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두고 중국의 반발이 큰 건 이러한 연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전방위적 무력 시위를 예고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은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으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표적 군사작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