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ESG 경쟁.. 한솔은 오염물, 무림은 폐기물서 '우위'
무림, 폐기물 배출량 절반 밑돌아
최근 제지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잇따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제지산업은 환경 파괴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각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한솔제지는 오염물질 배출에서, 무림3사(무림페이퍼·무림P&P·무림SP)는 폐기물 배출에서 각각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제지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 종이는 펄프나 폐지 등 원료를 물에 녹여 세정한 뒤 판판하게 만들어 탈수, 건조하는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열에너지와 물이 쓰이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과 수질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용수 처리 과정에서 ‘슬러지’라고 불리는 침전 폐기물도 발생한다. 정부는 오염물질과 폐기물 배출에 기준을 두고 규제하고 있다.
지난달 말 두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솔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질소산화물(NOx) 73.7톤(t), 황산화물(SOx) 0.76t, 미세먼지(PM) 14.7t이었다. 무림은 같은 지표에서 각각 320t, 3.13t, 18.3t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솔의 배출량보다 최대 4배까지 높았다.
수질오염물질 배출량도 상황이 비슷했다. 기업이 배출한 용수에 미생물과 불순물 등이 얼마나 많은지를 측정하는 수질 오염 지표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와 SS(부유물질)를 보면 한솔은 각각 124ppm, 33ppm, 45ppm이었다. 무림은 BOD가 84ppm으로 한솔보다 낮았지만 나머지 지표가 각각 138, 47ppm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만 무림은 “경쟁사와 달리 펄프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생산제품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허용한 사업장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과 수질오염물질 농도를 밑돌고 있기 때문에 정부 기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부분에서는 한솔이 무림에 뒤쳐졌다. 지난해 두 기업의 폐기물 발생량을 보면 한솔은 23만5755t의 폐기물이 발생해 이 가운데 23만5441t을 처리했다. 환경법 위반이 발생해 200만원의 벌금을 냈다. 반면 무림의 폐기물 발생량은 한솔의 절반을 밑도는 9만9000t 수준이었다. 환경법 위반에 따른 벌금 부과는 없었다. 한솔과 무림이 공시한 폐기물 재활용률은 각각 40%, 98.9%였다. 한솔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환경 관련 시설에 50~60억원을 투자하는 등 오염물질 저감은 물론 폐기물 사용 비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림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재활용률은 산정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지기업들은 통상 소각 폐기물을 열에너지 원료로 재활용하는데, 한솔은 이를 ‘재활용’이 아닌 ‘소각’으로 따로 분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항목을 합산한 한솔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98.8%다.
친환경 제품 부분에서는 한솔이 앞섰다. 한솔은 친환경 종이 포장재 ‘프로테고’, 친환경 용기 ‘테라바스’, 생분해 소재 ‘듀라클’ 등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1조1093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였다. 매출액과 비중은 2018년 8300억원, 48%에서 3년 만에 각각 33%, 20%포인트 올랐다.
무림은 자체 브랜드 ‘네오포레’를 통해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종이 빨대, 완충재, 종이컵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친환경 제품군에서 95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였다.
사회 공헌 방식도 달랐다. 한솔은 신생 기업을, 무림은 사회적 약자와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솔은 지난 2020년 엑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한솔 V 프론티어스’를 출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매년 프로그램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는데, 2년간 프로그램에 선발된 10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지난 6월 기준 선발 전보다 평균 9.7배 증가했다. 후속 투자 유치 금액도 105억원에 이른다고 한솔은 밝혔다.
무림은 사회적 약자와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빅이슈’ 잡지 제작용지를 11년째 후원하고 있다. 빅이슈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잡지 판매 일을 제공하고, 판매수익을 자립 자금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잡지다. 또 작년부터는 국내 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해 카카오브런치와 함께 신인 작가들이 출판할 서적의 용지를 전량 지원하고 있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도록에 쓰이는 용지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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