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지휘체계 공백 메우는 조치이자 장관 책임 복원한 것"
■ 파워인터뷰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지금까지 관련 조직 없어
법에 따른 역할 수행못해
과거 경찰인사 靑서 다해
유력자 추천받아야 승진
통제 비판은 잘못된 인식
법령 읽어보면 바로 알 것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장관님,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쿠데타라고 발언한 것은 좀 심한 것 아니었나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핵심을 이루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를 둘러싸고 경찰은 물론, 야권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탄핵 이야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인터뷰 이전 이 장관 하면 쿠데타란 과격한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 ‘연관 검색어’라고 해야 하나. 총경회의 직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한 발언인데 윤석열 정부와 경찰 간 갈등의 크기와 깊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어였다.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거두절미하고 쿠데타부터 치고 들어갔다. 이 장관은 “저는 쿠데타라고 한 적이 없어요. 당시 정확한 워딩은 ‘쿠데타에 준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국민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나회도 그렇게 출발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쿠데타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진 않겠지만 이런 집단 행동에 대해 국민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입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경찰의 집단 반발은 문제가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쿠데타 운운한 것에 대해 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가요. 제 설명 좀 들어보시죠.” 이 장관은 결코 과격하지 않은 특유의 조곤조곤한 어조로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총경회의를 평검사회의와 자꾸 비교하곤 하는데 둘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검사들은 강제력이나 무력과는 거리가 멀다. 경찰을 지휘할 수 있어 힘이 있다고 인식됐을 뿐이다. 그런데 경찰은 군 다음으로 많은 조직원을 갖고 있다. 14만 명이다. 이 사람들은 언제든지 강제력과 물리력을 합법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 군은 외적을 대상으로 하지만 국가 안에서 분규나 소요가 났을 때 국민을 상대로 무력 사용이 가능한 유일한 집단이 바로 경찰이기도 하다. 실제로 무기도 갖고 있지 않은가. 경찰서장은 이를 동원할 수 있는 최고 실무 책임자로 보면 된다. 군으로 치면 연대장이다. 물론 그 위에 사단장이나 참모총장에 준하는 경무관,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 등이 있지만 이들은 말로 지시하는 거고 실제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서장들이다. 평검사와 다르다. 경위나 경정이 모인 것과도 다르다. 서장들이 모인 것이고 그중 한두 명은 제복까지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전에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명시적으로 금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해산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모여 논의를 했는데 그 논의의 주된 내용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시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더욱이 총경회의를 주도한 이들의 출신이 하나라는 것이다.” 차분한 답이었는데 대단히 논리적이었다.
―경찰대 출신을 의미하는 건가.
“내가 파악하는 바로는 총경회의에 직접 참석한 56명 가운데 90% 가까이 경찰대 출신이다. 56명이 소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은 숫자도 아니다. 이게 일반 공무원 모임과 같나. 차원이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자극적이지만 세게 표현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스타 장관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최초의 스타 장관이 되기 위해 과격한 발언을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돈다.
“지금도 제복 입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문제가 크다고 본다. 일반 공무원들은 모여서 그럴 수 있다.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정부 시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군인이나 경찰은 그러면 안 된다고 본다. 설마 설마 하지만 모두 설마에서 시작이 되는 것이다. 다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제복 입은 사람들이, 특히 출신이 같은 사람들이 하나가 돼 정부 시책에 반대하게 되면 정부는 붕괴된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 말한 것이다. 다소 과격하게 들릴 순 있겠지만 쿠데타에 준하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 장악 의도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행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등에선 행안부 장관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및 재의 요구권, 경찰 관련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권, 자치경찰에 대한 지원업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안부 안에는 관련 조직이 없어 장관이 법에 따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대신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 또는 치안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공무원 등이 행안부 장관을 건너뛰고 경찰과 소위 직거래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나 치안비서관실이 폐지되지 않았는가.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진 셈이다. 따라서 경찰국 설치는 이 정부 들어 발생한 경찰에 대한 지휘체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법에서 규정한 경찰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역할과 책임을 원래대로 복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찰법 등에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관련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행안부 장관들은 자신의 역할과 업무를 해오지 않았다는 말인가.
“맞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 인사 관련 업무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었다. 아니 물리적으로 인사에 관여하는 게 불가능했다. 자, 보자. 현재 치안감이 30여 명, 경무관이 80여 명이다. 그 아래 총경이 600여 명 된다. 경정은 3000여 명이다. 행안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 인사제청권한이 총경부터지만 총경을 밑에서 끌어올리기 위해선 경정들을 봐야 할 것 아니냐. 그럼 인사파일이 3000여 개다. 물론 한꺼번에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총경 600여 명 중에 50여 명을 승진시킨다고 하면 50여 명의 최소 4배수를 확인해야 한다. 그럼 200여 명을 추려내야 한다. 그걸 혼자 어떻게 할 수 있나. 이번에 신설되는 경찰국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찰 통제와 무관한 조직이다. 경찰직 12명은 경찰 인사업무 및 경찰청과의 유기적인 협력 분야 업무를 수행하고 일반직 4명은 총괄기획, 법·제도, 지방행정과의 연계 분야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인사지원과의 경우, 경찰청 상황을 잘 알고 경찰청과 유기적인 협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원 경찰직으로 배정했다. 경찰국 조직 어디에서 경찰 통제를 도모한단 말인가.”
“특정대학 졸업했다고 바로 7급 말이 되나… 순경 출신에겐 불공정”
9급 시험 본 뒤 순경부터 시작
경위 되는 데 최소 15년 걸려
경찰대는 무시험으로 간부직행
젊은층선 민감하게 여길 수도
총경회의 직접 참석 56명 중
90% 가까이는 ‘경찰대’ 출신
‘경찰대 해체’는 과거부터 나와
과거 민주당서도 폐지법 발의
―그럼 이전에 경찰 인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과거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 해온 추천안을 보고 그중에서 자신이 꼭 심어놓고 싶은 사람, 청탁받은 사람 한두 명 심어놓는 데 그쳤을 것이다. 대신 모든 것은 청와대에서 알아서 했다. 민정수석실이나 치안비서관실에 많을 때는 100여 명, 적게는 30여 명 경찰이 파견 나갔는데 이들을 매개로 해 경찰 인사가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이전에 보면 청와대 일개 행정관이 해경 전 인사를 주물렀다고 해서 ‘해경왕’이라고 불렸다고 하지 않은가. 일개 행정관이 군 참모총장에게 인사 파일 갖고 오라며 카페로 불러냈다고 하지 않은가. 청와대에서 하면 늘 그런 식의 인사가 된다. 특히 경찰 인사는 압정 구조라고 한다. 승진이 극히 어렵다. 엄청난 인사 청탁이 들어간다.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력자 추천을 받지 않으면 인사 벽을 뚫고 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경찰국이 생기면 인사 시스템이 보다 투명하고 엄정해질 수 있는가. 여기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청탁이 들어오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안부 안에 정식 인사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지면 과거에 비해선 훨씬 투명해질 것이다. 공식적인 조직인 데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인사가 잘못되면 국무위원인 내가 국회 가서 답변하고 책임져야 한다. 아무래도 애먼 짓은 덜하지 않겠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할 때보다 훨씬 제도적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에서 제안한 경찰국보단 조직이나 권한이 많이 약화된 듯한데.
“경찰제도개선자문위에선 전반적인 경찰 지휘를 위한 경찰국을 만들라고 제안을 했다. 이는 정부조직법 34조에 근거한 것이다. 과거에는 행안부 장관 업무 1항에 치안이 있었다. 당시 행안부 장관은 직접 치안업무를 했다. 국장들을 데리고 수사도 하고 치안도 맡으며 경비도 직접 했다. 경찰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청이 분리되면서 1항에서 치안이 빠졌다. 대신 5항에 치안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 이렇게 돼 있다. 그러니까 행안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치안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 학자나 실무자들은 정부조직법 34조 5항을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지휘·통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본다. 이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데 경찰 통제네 뭐네 자꾸 시비를 걸어오니까 이번에 경찰국을 만들면서 이건 아예 제쳐 뒀다. 대신 경찰법, 경찰공무원법에 근거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행안부 장관 권한에 따른 업무만 모아 경찰국을 만든 것이다.”
―일각에선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쳐 경찰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경찰국 신설을 편법으로 보기도 한다.
“국가경찰위원회,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경찰국 신설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이 보는 경찰국은 경찰제도개선자문위가 제안한 경찰국이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치안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 그 부분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번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아예 빼버렸다. 그런데 빼버린 그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하고 시비를 거는 것 같다. 7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령안을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알고 그러는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법령을 한 번만 읽어보면 논란이 나올 수가 없다. 논란이 1%라도 있다면 안 하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다. 법제처에서도 7월 27일 공식 의견을 냈다. 경찰국 신설은 법령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치안 업무 지휘·감독·통제 업무도 행안부 장관 권한이라고 해석해줬다.”
―경찰국 설립이 경찰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말이 있다.
“행안부 장관 지휘를 안 받는 것이 경찰 독립이라고 말하는데 이건 경찰이 정부와 떨어지겠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장관도 경찰을 책임질 수 없게 되면 정말 큰 일이 벌어진다. 가령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공권력 투입 이슈가 있다고 치자. 경찰청장이 이를 결정할 수 있겠나. 투입하는 순간 사고가 나는데. 경찰청장은 가만히 있고 책임 안 지는 게 최고다. 그런데 정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나. 결국 공권력 투입은 정부가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찰 장악 의혹은 끊이질 않는다.
“경찰 장악을 하려고 했다면 대통령실에서 직접 하지 왜 행안부 장관을 통해 하겠는가. 그건 완전 말이 안 된다. 대통령 입장에서 자기 직할부대이자 책임지지 않는 비서조직을 통해 경찰을 잡는 게 쉬운가 아니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노’할 수 있는 국무위원을 거쳐 하는 게 쉬운가.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시킨다고 무조건 할 수가 없다. 반면 비서조직은 대통령과 한몸이기 때문에 ‘노’라고 할 수가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민정수석실을 왜 없애 분란을 만드냐는 지적도 있다.
“제가 보기엔 민정수석실의 순기능도 적지 않았다. 순기능이 많지만 대통령이 없앤 가장 큰 이유는 민정수석실에 너무 많은 권력이 쏠렸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에서 검찰, 경찰,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 힘 있는 기관은 모두 관할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서 인사를 다 틀어쥐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이상한 짓을 해도 대통령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국무위원인 각 부 장관이 인사권을 갖게 되면 양상이 달라진다. 국회가 있고 언론이 있기에 문서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예전처럼 하는 게 편할 것이다. 자기 권한을 포기한 것이고 굉장히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본인이 민정수석실 폐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기 때문에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이것은 정말 있어선 안 되는 조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화장실 갈 때 하고 나올 때하고 다르다고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약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지킨 것이다. 이런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전처럼 대통령이 직접 경찰에 대해 권한을 행사할 때 서장들이 모여서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조직에 반대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내려놓으니까 속된 말로 대든다고 할까 그런 게 가능해진 것 같다.”
―장관 입장에선 굉장히 억울할 수 있겠다.
“굉장히 불편하고 억울하다. 모 야당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조직 두지 말고 그냥 하라고. 사실 이 제도(경찰국 설치 및 운영) 자체가 굉장히 불편한 제도다. 사실 감정적으로 보면 그냥 그만 둘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행안부 장관 하는 동안 경찰 인사 몇 번 있다고 어렵사리 순경 출신 20% 넣고 전체 인사 파일 보고 고르고 하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민정수석실 없앤 것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맡겨진 소명이니 묵묵히 참고 하는 수밖에 없다.”
―총경 회의의 주동세력으로 지목된 경찰대를 개혁할 것이란 말도 있는데 맞는가.
“경찰대 해체 주장은 예전부터 나온 것이다. 심지어 전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몇 명이 경찰대 폐지법을 발의한 적도 있었다. 경찰제도개선자문위에서 경찰대 개혁 이야기가 나왔고 총리 산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장기 과제로 올라 있다. 젊은 사람들이 공정에 굉장히 민감하지 않은가. 경찰 입직 경로를 보면 다소 불공정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경찰대 졸업하면 자동으로 경위가 된다. 그런데 순경으로 들어간 사람은 경위 되는 데 최소 15년, 20년 걸린다. 올라가 봐야 경위, 경감, 아주 잘해야 총경 여기서 경력이 끝난다. 세상에. 어떤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7급 되는 게 말이 되나.”
―사관학교와는 다른가.
“군은 장교와 부사관 조직으로 이원화돼 있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법원의 경우, 사시 합격한 사람은 3급부터, 일반직 시험 보면 9·7·5급으로 시작한다. 이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어려운 시험을 봐서 판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조금 쉬운 시험을 선택해 일반직으로 갈 것인지 말이다. 만일 경찰이 이원화돼 있다고 하면 문제 될 것은 없다. 경찰 간부를 배출하는 경찰대학 한 곳만 있다면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전국에는 경찰대 이외에도 약 160개의 경찰학과가 있다. 경찰학과 출신들은 9급 시험 본 뒤 순경부터 시작하는 거다. 160개 경찰학과 출신들 입장에선 9급에서 출발하고 경찰대 졸업자는 시험도 치르지 않은 채 7급에서 시작하는 건 상당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줄곧 경찰 이야기만 했다. 하도 핫한 주제이다 보니 인터뷰 시간을 대부분 소비해버렸다. 화제를 돌렸다.
―정치에 뜻이 있나.
“정치에는 뜻이 하나도 없다. 앞으로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 하는 게 정치 아닌가.
“그건 인정하겠는데 내가 이 역할을 마친 이후에 정치에 관여하거나 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제 성향과 맞지 않는 것 같다. 괜히 말 세게 한다고 혼나기나 하고 감도 떨어지고(웃음).”
―한 장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 장관과 10년 정도 차이 나는 것 같은데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 인수위 때 처음 봤는데 영리하고 거침없고 다재다능하며 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정무감각이 뛰어나고 멋쟁이에다가 젊고 의욕적이며 말도 잘하더라. 사람이니까 단점은 다 있겠지만 별로 없을 것 같다. 저와 한 장관 간 공통점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 정부가 잘 되었으면 바라고 성공시켜야 한다는 진정성만큼은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장관의 현장행정
울산 태화종합시장부터 남대문 쪽방촌까지… 휴가 대신 안전위해 방방곡곡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현장 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기보다는 휴가도 반납하고 민생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상황을 둘러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13일 취임한 이 장관은 취임 바로 이틀 뒤 첫 대외 일정으로 역대 두 번째로 피해가 컸던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 산불 피해 지역을 찾았다. 당시 코로나19 소강 국면에서 산불 피해 지역은 재난 안전 문제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의 시찰지로 우선순위에 꼽혀왔다. 이 장관은 이날 해당 지역을 방문해 피해 지역 시찰은 물론, 피해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허리를 숙이고 이야기를 들으며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에는 울산 태화종합시장과 소방관서를 방문, 생활 물가를 점검하고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이 장관은 태화종합시장에서 여름철 가뭄과 작황 부진으로 가파르게 오른 채소류 가격을 점검하고 물가 인상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의 고충을 들었다. 또 최근 물가안정을 위해 도시가스 공급 비용을 동결한 경동도시가스 본사도 방문해 민생경제 안정에 기여한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장관은 이어 지난 1일 서울 남대문 쪽방촌을 방문해 실내 및 야외 무더위 쉼터 시설과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쪽방촌 내 에어컨 등 냉방시설 가동 상황과 거주민의 무더위 나기 고충을 청취했다.
이 장관은 당초 이번 주(1∼5일) 여름 휴가를 계획했지만 폭염 대응 상황 점검 등을 위해 휴가를 취소하고 현장 확인에 나선 것이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민들에게 “취약계층이 좀 더 나은 생활환경에서 무더위를 날 수 있도록 냉방복지의 관점에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논란과 오해를 설명하기 위해 일선 경찰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직접 경찰들을 만나 대화에 나선 것이다. 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 때에도 경남 거제를 찾아 일촉즉발의 사태에 대비한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장관과 함께 법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이 장관은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이 있다”면서 “현장 행정은 이 장관이 상황을 직접 살피고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도출해내려는 실용적 합리주의자로서의 모습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이 장관은
치킨 사들고 직원 찾을 만큼 소탈… ‘지연된 정의는 정의 아니다’가 좌우명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12·12쿠데타’에 빗대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과격한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발언들이었지만 정작 대해 보니 부드러운 목소리에 차분한 어투, 온화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3일 한 행안부 직원도 “얼마 전 야근 중이었는데 장관님이 치킨을 들고 부서에 나타났다”며 “언론에 비친 장관님의 이미지가 강한 모습이라 긴장했는데 격의 없이 다정다감한 말투로 격려해줘 거리감이 확 좁혀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충암고, 서울대 법대 라인을 잇는 윤석열 대통령의 4년 후배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 “고교 동문회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형님으로 불렀다”고 언급할 만큼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이 장관은 “대학 2학년 때 서울대가 집에서 워낙 멀어서 집에서 가까운 연세대에서 공부했다. 그때 윤 대통령도 연세대에서 공부해 알게 됐다. 이후 충암고 출신 법조인 모임인 ‘충법회’에서 자주 뵀다”며 윤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1965년 전북 익산 출생으로 1986년 사법시험 28회에 합격했다. 공군 법무관을 거쳐 1992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해 서울고법 판사, 춘천지법 원주지원장,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2007년 대법원 연구관을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은 뒤에는 법무법인 율촌과 법무법인 김장리에서 근무했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으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으며 17대 대통령선거 때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사회위원장을 맡았고, 인수위원회 대외협력특보로 활약했다. 이 장관은 법조인 출신답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도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법조계 대선배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전북 익산(57) △충암고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 △고려대 대학원 MBA(석사) △서울고법 판사 △춘천지법 원주지원장 △대법원 재판연구관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 위원 △17대 대선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담당 부위원장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외협력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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