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토지거래허가제 비껴간 평택항 배후부지
국토부 '등기 전 지분 거래'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여부 놓고 고심
"선례 없고 어떤 판단해도 혼란 불가피"
민투법 적용 전국 항만부지 조사 필요 지적도
▶ 글 싣는 순서 |
①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 '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④ '과실? 묵인?' 알짜 배후부지 '개인소유권' 내준 평택시 ⑤ 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⑥ '투기세력 먹잇감' 된 평택항 배후부지…'비밀계약' 파문 ⑦ 평택항 배후부지 비밀계약서에 등장한 '현대家 정일선' ⑧ '일부러 손해?' 평택항 배후부지, 수상한 '소유권 바꿔치기' ⑨ 평택항서 수익률 900% 올린 '사모님들'…해피아 연루 의혹 ⑩ 항만 활성화 어디로? 은행 '임대업'으로 전락한 평택항 ⑪ '민자부지는 항만구역 제외'…평택항 투기 관리 안한 해수부 ⑫ '무법지대?'…토지거래허가제 비껴간 평택항 배후부지 (계속) |
정부가 10여년 전 민간개발사업으로 추진한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일부 기업인과 그 가족 등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해당부지의 거래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위반했는지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아파트 등 일반적인 주택의 분양권 거래는 토지 거래로 간주하고 지자체장이나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항만을 만들기 전 공유수면이었던 때에 이뤄진 분양권 거래'는 선례가 없다.
'항만 관련 법인만 받는다'던 조건 무시한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분양
분양 결과 A구역(5만1655.7㎡)은 항만물류업체 영진공사가, B구역(3만6368.9㎡)은 두우해운·남성해운·범주해운·태영상선 등 해운업체들이, C구역(3만33.4㎡)은 화물운송 관련업체인 오케이물류와 SKC·국원이 각각 낙찰받았다. 그러나 4년 뒤인 2010년 평택 동부두 내항이 문을 연 이후 해당 배후부지의 토지 등기자는 낙찰기업과 일치하지 않았다.
영진공사가 낙찰받은 A구역의 토지 등기자는 영진공사, ㈜디티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회장, 김선홍 ㈜인테스 대표, 서웅교 프라핏자산운용 대표 등 5개 지분으로 쪼개졌다. B구역은 기존 낙찰업체인 두우해운·남성해운·범주해운·태영상선과 항만관리업체인 ㈜동방이 지분을 나눠가졌다.
C구역의 토지 등기자는 최초 낙찰업체였던 오케이물류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나머지 지분은 ㈜우성엘에스·박장석 SKC 전 상근고문·㈜동방의 임원 부인들인 박○○·우○○·장○○ 등으로 바뀌었다.
입찰안내서에는 부지 양도양수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 없었지만 A·B·C구역에서 모두 부지 양도가 이뤄졌다. 마치 주택분양시 분양딱지를 사고팔은 듯한 거래가 발생했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분양시행사였던 평택동방아이포트도 토지거래허가권자였던 평택시도 이같은 거래를 인정했다.
부두 바로 뒤 공간이라는 특수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땅을 민간에 넘기면서 항만 업종이 입찰에 참여해야 하고, 개인이 아닌 법인에게만 분양해야 된다는 입찰 조건이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이후 해당부지는 여러 차례 부동산 거래를 거쳐 현재 모두 항만물류사업이 아닌 부동산임대업장으로 변모했다. 부지 소유자 모두 직접 항만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고 모두 타 업체에 임대해 수익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 "담당기관들 왜 제대로 관리 안하나" 비판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입찰 자격이 법인으로 명시돼 있다는 것은 낙찰 이후에도 개인으로 무단 양도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함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담당기관들이 일정 기간 면밀히 모니터링 했어야 됐는데 이를 등한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공적영역인 바다 매립지를 민간개발로 추진한 것부터가 잘못인데 개인 소유로까지 이어졌는데도 아무 제약이 없었다"며 "지자체에서 사업자가 제안한 부지 용도에 맞게 제대로 활용되는지 등을 엄격히 감시했어야 됐다"고 지적했다.
"우리 담당 아니다"…책임 떠넘긴 해수부·평택시
지분 거래를 허가한 평택시는 낙찰업체와 토지 등기자가 일치하지 않았지만 당시 꼼꼼히 확인했을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해당 서류의 보관기한이 10년이어서 지금 시점에서는 당시 각 업체들과 어떤 서류가 오고갔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적법하게 처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미다.
다만 평택시는 해당 분양업체와 부동산 등기업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두고 각 지분이 어떻게 거래됐는지 별도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이 나오면서 해당 부지가 토지 등기를 하기 전까지 단계에서 이뤄진 지분 거래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평택시는 해당부지가 2002~201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해당부지가 아직 조성되기 전 공유수면이었던 때 이뤄진 거래도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양수산부는 해당 부지가 항만에 속하지만 조성 당시 해수부 관련 법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없고, 평택시는 이 땅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는 국토교통부가 정해줘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긴 상황이 된 것이다. 나아가 국토부의 판단 결과는 '이 사안을 법적으로 제재해야 하는가 아니면 방치해야 하는가'를 결정한다.
'문제의식 있지만 왜 우리가 항만 문제를 떠안나'…고심하는 국토부
2006~2010년 이뤄진 분양권 지분 거래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해당 거래를 모두 무효화해야 하는데 이미 대부분 토지의 소유자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현행법은 허가없이 토지 거래 예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에 의한 해당 토지 가격의 3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 허가를 받지 않고 체결한 계약은 무효가 된다.
그렇다고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정하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한 해당 부지를 어느 기관도 관리하지 않는 '무법지대'로 남기겠다고 정부가 선언하는 꼴이 된다.
지금껏 항만 배후부지로 분양한 땅이 조성되기 전 공유수면일 때 분양권 지분을 거래했다는 사례가 없었다는 것도 판단에 어려움을 준다. 이번 국토부의 판단은 앞으로 민간자본을 투입해 만든 항만부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정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고시문만 남아 있고 다소 추상적으로 적혀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관련 부서와 논의를 통해 정해야 하는데 선례가 없어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배후부지는 2010년 부동산 등기 이후 대기업과 특정 기업 임원의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했다. 형식상 분양조건에 맞는 기업들이 낙찰은 받았지만 이후 양도·양수와 매각, 지분쪼개기 등을 통해 해당 부지들을 넘겨 받은 대기업 가족과 특정 기업의 가족들은 이 땅을 부동산 임대사업장으로 악용하거나 최소 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를 두고 민간투자법을 적용해 조성하고 민간분양한 전국의 항만부지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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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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