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아세안 외교전' ..대만·우크라 긴장 고조 속 미·중·러 한 자리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사회가 분열되고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미·중·러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밤 출국할 예정이다.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이후 한 달 만이다.
그 동안 국제정세는 더욱 험악해졌다. 특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미·중이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미·중·러 장관들은 격렬하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최대 현안인 미얀마 사태도 비중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관련 장관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세계 각국의 대화 상대국들이 참석하는 연례 회의체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대면회의가 재개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를 맞아 각국이 저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는 등 아세안이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진 장관은 4일 한·아세안 장관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회의에서 한·아세안이 추진해온 분야별 협력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방향을 논의한다. 이 회의체의 주목적은 ‘기능적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어서 지역·국제 정세보다는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한 협력 방안이 주의제다. 문재인 정부의 아세안 외교는 ‘신남방 정책’으로 대표되지만, 윤석열 정부는 한국 고유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중이다. 박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아세안 외교 기본 방향을 설명하고 한국의 아세안 중시 정책이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아세안 10개국 외에 한국·중국·일본·러시아·호주·뉴질랜드·인도가 참여해 역내 전략적·정치적 현안을 논의한다. 이어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EU(유럽연합) 의장국과 캐나다·북한·파키스탄 등 27개국으로 참여 범위가 늘어난다. EAS 장관회의와 ARF는 역내 정치·안보 문제를 다루는 회의체여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전략경쟁,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미·중·러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를 내세우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접점을 높이려는 태도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분명한 톤으로 미국을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안보협의체여서 북핵 문제도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 최선희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아세안대표부 북한 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의미있는 북·미, 남북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윤 대통령과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한 상황이어서 이번 회의에서도 대남·대미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ARF 외교장관회의 이후 발표될 의장성명에 북한 문제와 미·중 현안, 우크라이나 문제 등과 관련된 사안이 어떤 수준의 문안으로 담길지도 주시해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박진 장관은 10여개 정도의 참가국과 양자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박 장관이 최근 일본을 방문해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졌고, 이달 중으로 중국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일본·중국 등과 의미있는 대화의 장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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