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패권 잡기' 이면엔..中'군사 목적'·러'국제갈등 해결' 복잡한 셈법
■ Why - 각국 우주정거장 건설 속내
中 “10월 ‘톈궁’ 완성, 대국 국격 제고”
美선 “군용 전용땐 거대하고 정밀한 첩보위성 역할할 것” 경계
러 “2028년까지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
‘서방과 ISS 협력 중단’미끼로 우크라 침공發 제재 해제 노려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중국·러시아 등 세계적 우주 강국들이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24일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의 실험실 모듈 ‘원톈’(問天)을 발사한 뒤 핵심 모듈인 ‘톈허’(天河)와 도킹시켰고, 오는 10월 또 다른 실험실 모듈 ‘멍톈’(夢天)을 발사해 우주정거장을 완성,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도 지난 7월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오는 2028년까지 자체 우주정거장(ROSS)을 건설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2025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미국 또한 달 개발을 위해 달 상공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각국이 우주정거장 개발에 나서고 그 이용을 놓고 입장을 저울질하는 것은 우주개발 경쟁에서 앞서가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겠다는 의도 외에 향후 미래 우주자원 개발의 주도권 확보와 현재 정치 상황 타개책 등 복잡한 셈법이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대국으로 향하는 최종 단계” 선전 = 중국은 30년 전인 1992년 ‘921 공정’을 발표하며 유인 우주비행사 배출 및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유인 우주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중국은 전체 우주개발 예산 중 약 33%를 유인 우주비행에 투자했는데, 이는 미국의 27%를 능가한다. 유독 ‘유인 우주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921 공정’은 “국제적 명성을 얻고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라고 적고 있다. 중국이 말하는 ‘대국’이 되기 위해 우주개발을 통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우방궈(吳邦國)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지난 2005년 선저우(神舟) 6호 발사를 통해 우주비행사의 장기 우주체류 시험에 성공하자 “세계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과학·국방 능력과 국가 간 화합을 증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우주정거장은 이 같은 우주 프로젝트 가시적 성과의 ‘최종 단계’라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사회과학원(CASS)은 “과거 중국이 우주 과학에 해온 기여는 제한적으로 중국의 ‘대국 지위’에 미치지 못하고, ‘혁신 국가 건설’이란 목표에 미흡했다”며 “우주정거장 건설은 과학적 발견과 기술 혁신을 위한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921 공정을 추진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ISS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도 중국의 우주정거장 개발 계획에 불을 붙였다. 이후 나사는 중국과 우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며 우주 관련 지식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신 중국은 2003년 최초의 자국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이후 지난 2011년 현재 모델의 시험용인 톈궁 1호를 발사했고, 2016년에는 톈궁 2호를 발사하며 꾸준히 관련 기술을 확보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우주정거장 발사까지 이뤄냈다.
◇서방 “中, 우주개척·군사 목적 활용”=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가는 중국의 우주정거장 건설이 단순히 ‘국가적 명분’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우주개발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군사·외교적 카드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상당수 인공위성은 경쟁국을 정탐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유도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만약 우주정거장이 군용으로 전용될 경우 군사위성보다 거대하고 정밀한 첩보위성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데다 타국 위성에 대한 요격용 무기도 장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중국의 우주 계획은 사실상 군사적 목적이 있다”며 “다른 국가의 인공위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파괴할 것인지가 우주정거장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루신다 킹 미국 포츠머스대 우주계획 국장도 “중국이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 우주에 투자하는 데는 분명히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주정거장이 향후 중국의 우주 식민지 개척 등을 위한 ‘전초 기지’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화성과 목성에서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탐사선을 보내는 목표를 추진 중인데, 이를 보조할 시설로 우주정거장이 활용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달에서 희토류 등을 추출·채집하는 사업에 뛰어들 것이고 우주정거장이 이를 수송, 연구하는 데 이용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넬슨 국장은 “중국의 달 탐사는 달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이고, 언젠가 중국이 다른 국가들의 달 착륙을 방해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복잡한 국제갈등 타개책으로 이용 = 중국이 대국적 입장에서의 국격 완성이라는 ‘명분’과 향후 우주개발의 주도권 확보라는 ‘실리’를 추진하는 데 비해 러시아의 독자 우주정거장 개발 계획과 ISS 철수 시사엔 현재 러시아가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 측은 ISS 프로젝트 철수 이유로 시설의 노후화와 실용성 저하를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신들에게 제재를 부과 중인 서방 국가들에 협력 중단을 미끼로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주정거장으로 우주비행사를 수송하는 데 1인당 약 8000만 달러(약 1044억 원) 상당을 지불해가며 자국의 소유스 우주선 등을 이용해오던 미국이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기업을 활용하는 데 대한 반감도 섞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자간 협력 사회에서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고립주의 전선을 보이는 분위기도 러시아의 독자 우주정거장 계획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30년까지로 연장된 ISS의 향후 운용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앞서 ISS가 임무가 끝나면 민간 우주기업들에 위탁해 우주 리조트로 활용한다는 방안이 거론돼 왔지만 러시아가 프로젝트에서 빠진다면 ISS에 추진력을 제공하지 못해 시설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수명이 끝난 ISS를 지구로 낙하시켜 처리한다는 계획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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