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듯 전용기 날리는 슈퍼 부자들이 기후를 망친다
'기후 악당' 직격 트위터 계정 '셀러브리티 제트'
"1% '슈퍼 배출자'가 전체 탄소 50% 배출"
#질문: 전 세계 유명인 중 올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사람은?
답: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스위프트는 지난달 19일까지 전용기를 모두 170회 띄워 '기후 악당'으로 지목됐다. 배출한 탄소는 무려 8,283톤. '보통 사람'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7톤)보다 약 1,184배 높은 수치다. 택시 타듯 전용기를 날리는 미국 유명인들의 이기적 행태가 거듭 비판받는 계기가 됐다.
같은 주 내 이동에도 전용기 탑승... 탄소배출량 기차의 '50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마케팅 회사 야드(Yar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위프트는 '기후 악당 1위'에 등극했다. 스위프트가 그간 환경 보호 관련 목소리를 냈던 터라, "애인과 만나기 위해 전용기를 사용했다"는 해명이 역풍을 불렀다.
전용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은 스위프트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미국 셀럽들은 같은 주(州) 안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조차 전용기를 탔다.
권투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미 네바다주 핸더슨에서 같은 주 라스베이거스로 10분간 이동할 때,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같은 주 사바나까지 16분간 이동할 때, 모델 카일리 제너가 미 캘리포니아주 카마릴로에서 같은 주 반누이스로 17분간 이동할 때, 모델 겸 영화배우 킴 카다시안이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같은 주 카마릴로까지 23분간 이동할 때, 영화배우 마크 월버그가 미 캘리포니아주 반누이스에서 같은 주 팜스프링스까지 29분간 이동할 때, 모두 전용기를 띄웠다.
가수 케니 체스니는 미 오하이오주 애크런과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사이를 20분간 전용기로 이동했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로테르담으로 18분간 비행했다.
유럽 친환경단체 '교통환경연합(T&E)'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는 이들과 같은 1%의 '슈퍼 탄소 배출자'들이 지구촌 전체 탄소 배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인 전용기는 버스의 4배, 상업용 비행기의 5~14배, 기차의 50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
셀럽들 전용기 비행 정보 공개하는 트위터 계정 '셀러브리티 제트'
셀럽들의 이 같은 무분별한 전용기 활용 실태를 고발한 야드의 보고서에는 전용기 사용 횟수나 탄소 배출량 등이 상세히 명시돼 있다. 야드는 정보를 어떻게 모았을까.
바로 셀럽들의 전용기 비행 정보를 업로드하는 트위터 계정 '셀러브리티 제트(Celebrity Jets)'를 통해서다. 셀럽들이 전용기를 띄울 때마다 해당 계정에는 항공기 기종・등록부호・국적・사진, 출발지・도착지, 비행 거리・경로・시간, 연료 가격, 탄소 배출량 등 광범위한 정보가 올라온다. 야드는 셀러브리티 제트가 올린 1,500여 개의 데이터를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러브리티 제트는 항공기 추적 사이트 'ADS-B Exchange'에서 이 같은 비행 정보를 수집한다. 해당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접속하면, 전 세계를 누비는 수많은 비행기 모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GPS를 통해 비행기의 실제 위치가 지도 위에 모형으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비행기 모형을 클릭하면 셀러브리티 제트가 올리는 다양한 정보가 나타난다.
셀러브리티 제트를 운영하는 사람은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 재학생 잭 스위니로, 해당 계정은 지난해 10월 개설됐다. 당시 스위니는 탄소 배출량이나 연료 가격 등 환경 관련 정보는 올리지 않았다. 당초 계정의 목적은 환경 보호가 아니었고, 그저 셀럽들의 이동 경로를 공유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럽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며 셀러브리티 제트는 점차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스위니에게 환경 관련 정보도 함께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전용기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스위니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고, 현재 셀러브리티 제트는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며 기후 악당들을 직격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스위니는 지난달 29일 미국 매체 포천(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환경 보호를 외치는 유명인들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고 꼬집었다.
김호빈 인턴기자 hobeen05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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