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대사 초치·양국 외교장관 만남 거부.."펠로시, 천하의 나쁜짓"
美 대사 면전서 "펠로시 '매우 악랄" 비난 ..PLA 훈련 지속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천하의 나쁜 짓"이라고 비난하는 등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수단을 통해 미국에 항의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지 않을 계획이다. 중국 외교부는 심야에 주중 미대사를 초치해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3일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2일) 정례브리핑에서 "왕 부장은 라오스, 브루나이, 일본, 스리랑카, 뉴질랜드 외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블링컨 장관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왕 부장은 상하이협력기구 외교장관회의 기자들과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라며 "이는 중국이 각국과 교류하는 정치적 기초이자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넘을 없는 레드라인이자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일부 인사들이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의 주권을 계속 도발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려 한다. 심지어 대만해협에서 사단을 꾸미고 있다"며 "중국 인민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제사회도 이런 이유 없는 도발에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이 신의를 저버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는 미국의 국가신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은 사리사욕만 추구하고 공공연하게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왕 부장이 블링컨 장관과 만나지 않는 것은 펠로시 의장이 방문이 얼마나 엄중한지, 미국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텅쥔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왕 부장이 블링컨 장관과 만나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을 말했고, 해야 할 것을 했다"며 "미국은 모든 정보를 받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 참석 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만일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결정해 중국이 위기를 조성하거나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면 그것도 전적으로 중국에 달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의 도발 행위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것은 전세계 매우 명확하게 알고 있다. 미국은 반드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블링컨 장관의 관련 발언은 고의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며 다시 한번 미국의 패권적인 사고와 강도와 같은 논리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장 부소장도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진정성이 없고 중국의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왕 부장과 블링컨 장관의 만날 수 있는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놨다고 지적했다.
셰펑 중국 외교부부장은 지난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 대사를 초치했다.
셰 부부장은 "펠로시 의장이 천하의 나쁜 짓을 저질렀다. 고의로 도발적인 불장난을 했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과 중·미 3개 연합공보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했으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게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줬다"며 "성질이 매우 악랄하고 결과는 엄중할 것이다. 중국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 부부장은 "미국은 반드시 자신들이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중국은 필요한 모든 조처를 통해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다. 우리는 말한 대로 할 것이다. 누구든 대만 문제로 정치적 자본(이득)을 얻으려 한다며 이는 헛된 노력이 될 것이다. 대만 카드로 정치적 유산을 얻으려는 환상은 결국 역사의 치욕의 기둥에 못 박힐 것"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쑹산 공항에 도착한 직후 중국 외교부와 전국인민대회, 중국중앙대만공작판공실, 전국정협외사위원회, 국방부 등 5개 부서는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 5개 부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또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지난 2일 저녁부터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 재래식 미사일 사격 훈련 등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 PLA는 6일 오후까지 대만 북부·북동부·북서부·동부·서부·서남부 등 6개 지역에서 실탄 사격 등 군사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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