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살리고 행복하게 하는 말 한마디

한겨레 2022. 8. 3. 08: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언젠가 팔공산 근처를 지나는데, 도로 가에 기괴한 모양의 돌들이 빽빽이 세워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이 돌대가리야'라고 말하고, 언제부턴가 엄마도 '이 돌대가리야'라고 불러서 귀에 딱지가 붙도록 '돌대가리'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이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스개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진실이 하나 담겨 있다.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한테 들은 말이 뇌리에 박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휴심정] 황산의 인문학 봉인풀기]빛깔 있는 이야기
픽사베이

언젠가 팔공산 근처를 지나는데, 도로 가에 기괴한 모양의 돌들이 빽빽이 세워져 있었다. 큰 바위들, 기암괴석들이 수천평에 펼쳐져 있었다. 그 조경업체의 사장이 지방 텔레비전에 나와 “왜 돌들을 이렇게 모으게 되었냐”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이 돌대가리야’라고 말하고, 언제부턴가 엄마도 ‘이 돌대가리야’라고 불러서 귀에 딱지가 붙도록 ‘돌대가리’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이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스개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진실이 하나 담겨 있다. 부모의 말이 자녀의 자아상을 규정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장군이 자신의 족적을 들려주었다.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한테 들은 말이 뇌리에 박혔다. “너는 가난해서 아무것도 못해.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육사 가서 장군이 돼!” 그는 그 후 지독한 가난 속에서 기어코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고, 마침내 장군이 되었다.

내가 하는 말이 삶을 좌우하는 힘을 지녔다면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 비수처럼 꽂힐 수도 있다. 특히 부모나 교육자나 지도자의 말이 끼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부모가 늘 한숨을 쉬며 신세타령만 하면 아이들은 불안감에 싸이게 된다. 또래 집단이나 직장에서 악담이나 욕설, 갑질하는 언어를 반복적으로 들으면 누구든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유통되는 언어들의 질감을 보자. 결코 부드럽지 않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다. 언론의 헤드라인이나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영화·드라마의 대사들도 한결같이 거칠다. 감정을 격동하게 만들어 대중을 사로잡으려 들어서다. 일상에서도 친밀하고 합리적인 말보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말이 많다. 친밀하고 따스한 우호적인 언어가 넘실대는 세상을 만들 순 없을까.

픽사베이

우리는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 한마디에 고통과 슬픔을 딛고서 일어서기도 한다. 따스한 한 조각 말을 접하고 절로 웃음이 피어나고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문화를 바꾸는 일은 단지 개인의 품성이나 예의바른 선택에만 의존할 수 없다. 혐오와 증오가 난무하는 정치와 극단적 대결을 부추기는 사회 풍토 속에선 누구든 감정의 평화를 지켜내기 어렵다. 상대방을 거세하기보다 자신의 언어부터 거세할 일이다. 모두에게 습관화된 말의 패턴이 있다고 한다. 내 말을 제어하지 않으면 학습한 대로 마구 튀어나온다. 먼저 부정적인 언어를 내뱉는 언어 습관을 파악하고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알아차림과 섬세한 노력이 동반된다.

우리는 세 가지 행복언어를 잘 알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데 인색한 것 같다.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이 셋은 지구촌 모든 문화권에서 긍정적 파장을 주는 언어로 입증되었다. 최근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존재해주셔서 감사해요.” 황홀함과 고마움이 오랫동안 나를 감쌌다. 킹 덩컨이 쓴 책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영향의 법칙>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하나 소개한다. 매일 이 말을 주고받으면 된다고 한다. “나는 당신 때문에 행복합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저절로 부드러워지고 관계와 일이 절로 풀려나간다고 한다. 실험, 아니 실천할 만하다.

글 황산 인문학 연구자·씨올네트워크 상임대표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