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부자 친구와 어울려야 계층 상승"

구경하 2022. 8.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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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친한 사람에 끌려 의도하지 않은 일을 덩달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친구 효과'가 계층 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릴 때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친구와 교류할수록 어른이 된 뒤 소득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 시간 1일 이런 내용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빈곤을 줄이는 핵심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 페이스북 친구 관계 210억 건 분석했더니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뉴욕대 경제학과 합동 연구팀은 왜 특정 지역에 자란 어린이들은 다른 지역에 자란 어린이보다 어른이 된 다음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지 결정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25~44살 사이의 미국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 7,200만 명의 친구 관계 210억 건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령대 미국 인구의 84%에 해당하는 방대한 규모입니다.

연구진은 익명화된 데이터에서 주거지를 파악할 수 있는 우편번호와 고교, 대학 등의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우편번호에서는 거주지의 중위 가계 소득, 고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받는 학생의 비율, 대학 정보에서는 부모의 가계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이용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비교했더니, 정비례의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친구가 많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친구들의 계층 위치도 비슷했습니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기준으로 평균보다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더니, 평균보다 낮은 그룹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평균 이상인 친구의 비율이 인구 분포와 비교해 22.4%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잘 사는 친구와 많이 어울린 어린이, 성인된 뒤 소득 높아"

계층이 비슷한 사람과 더 쉽게 친구가 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 같습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그룹과 친구 관계인 비율이 지역별로 달리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지역별 친구 비율과 지역별 소득의 연관성을 비교했더니,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친구의 비율 높은 지역에서 계층 상승이 더욱 활발의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니애폴리스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친구의 비율이 49%로 비교적 높은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 가구소득 백분위의 34번째인 어린이는 35살 때 소득이 34,000달러가 됐습니다. 반면 인디애나폴리스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친구의 비율이 32%로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 가구소득 백분위의 34번째인 어린이는 35살 때 24,700달러의 소득을 기록했습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친구가 많은 지역에서 자란 어린이는 비록 자신의 계층이 높지 않더라도 성인이 된 뒤 소득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저소득 계층인 어린이가 친구의 70%가 고소득 계층인 지역에서 성장하면, 어른이 된 뒤 소득이 평균 20% 상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한 결정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어린 시절 다닌 학교의 수준, 가족 구조, 채용정보, 인종 구성 등도 분석했지만,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를 둔 친구와의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계층을 뛰어넘는 친구 관계를 '경제적 연결성'이라고 규정하고, 계층 이동의 결정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저소득층은 동네 친구, 고소득층은 대학 친구"

연구진은 이처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그룹과 친구가 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후속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출신 고교와 대학, 직장, 사교모임, 종교모임, 동네 등 6가지 환경 중 무엇이 친구 관계를 맺는 결정적인 요인인지 파악했더니 계층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그룹은 '동네'에서 친구를 사귀는 비율이 두드러졌습니다. 하위 25% 그룹은 동네에서 친구를 사귄 비율이 상위 25% 그룹보다 4배 더 높았습니다. 반면 상위 25% 그룹은 '대학'에서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문제는 계층별로 사는 동네가 구분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부모를 둔 어린이는 동네에서 잘 사는 계층의 어린이와 친구를 맺을 기회가 적습니다. 저소득층은 고교나 대학, 직장 등에서 고소득 계층과 친구가 되는 경우도 적고, 동네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저소득층의 계층 이동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계층 이동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모보다 소득이 높은, 계층 상승을 이룬 인구의 비율은 1945년 99%에서 1985년 50%로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 "다양한 계층 혼합해야 사회 불평등 감소"

두 편의 연구는 학술지인 네이처에 잇따라 게재됐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어릴 때 다른 계층과의 교류하는 경험이 사회의 계층 이동성을 높이고, 사회 불평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진들은 친구 맺기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그룹과 노출될 가능성과 자신과 유사한 성향에 우호적인 '친구 편향'이 모두 작용한다고 설명하면서도,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과 제도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분양과 임대 세대를 함께 조성하는 주택 정책이나 통합 개발을 위한 용도지역 지정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 학부모 계층이 다른 지역의 학군 통합, 대학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입시제도 변경처럼 교육 환경이 특정 계층만으로 구성되지 않도록 조성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연구는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공익재단 '첸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로부터 연구 기금을 받은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소 '오퍼튜니티 인사이트' 주도로 진행됐습니다. 분석한 데이터는 논문 외에 메타에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명시됐고, 메타 직원 세 명이 22명의 공동저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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