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에 경제제재 가능..홍콩 증시 구조적 저평가 요인"
중국, 군사훈련 강도 높이고 경제제재 가능
미중 갈등 심화..공급발 물가 압력 완화 지연
금융시장 충격 제한적이나 홍콩 증시 디스카운트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 속에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메리츠증권은 향후 중국의 군사 훈련,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 가능성, 미·중간 갈등 심화를 예상했다.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자가 많은 홍콩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3일 미국의 권력 3인자인 낸시 팰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미국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점을 짚었다. 중국의 거센 반발과 논란 속에 이루어진 대만 방문의 명분을 분명히 했다는 평이다.
그는 3일 오전 10시 반 경에 대만 총통과 면담 및 오찬, 입법원(의회)과 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5시경에 출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 외교부, 전국인민대표상무위원회, 중공중앙대만판공실, 국방부 등 각 부처에서 바로 성명서를 발표하여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원 차이나’ 정책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이에 따른 모든 결과는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인민해방군(PLA)는 8월 4일부터 7일까지 대만 주변의 6개 지역에서 실탄 사격을 포함한 군사행동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향후 중국은 군사적으로 중국은 당분간 대만을 둘러싼 주변 지역에서의 실탄 훈련을 비롯해 군사 훈련의 강도를 높이면서 대만에 위기감을 조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대만을 향한 무력 통일 등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시진핑 3기 연임이 결정되는 20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 러-우 전쟁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대만을 향한 경제제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펠로시의 방문 전에 이미 중국은 대만의 100여가지 식품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또한 경험상 대만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 대만과의 무역제재 등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대만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42%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중국 내 대체가 불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이 39%에 달하기 때문”이라며 “수출금지 조치가 이루어진 가공 식품의 비중은 3% 미만 이다. 따라서 실제 실물경기에 대한 충격보다는, 향후 중국과 대만간의 무역 환경이 악화되고 대만계 자금의 중국 내 철수 등 장기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중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레드 라인인 원 차이나 정책에 대한 위반으로 미중간의 디커플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일례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있은 후 중국 2차전지 대표기업인 CATL은 미중 관계 불안에 북미 공장 투자에 관한 발표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각국의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고, 공급발 물가 압력 완화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미중간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고,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적 위압감은 당분간 높아지겠지만 무력 통일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전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란 판단 이다.
8월 2일 기준으로 중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87포인트로 전일(79포인트)대비 높아졌지만 추세상 안정적인 점을 짚었다. 또 대만 달러, 역외 위안화 환율(CNH) 등 환율 지표도 전일 대비 소폭 하락(절상)하며 위험 우려가 더 고조되진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중간의 디커플링,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분명 더 높아졌고, 이는 해외투자자가 많은 홍콩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2005년 이후 홍콩 증시의 내재 수익률은 정책당국의 규제 이슈로 이미 사상 신고치를 기록했다”며 “앞으로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홍콩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요구수익률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홍콩증시의 구조적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증시의 저평가 매력에도 불구하고 본토증시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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