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때 '깡통전세' 위험 노출..임차인 보호 강화해야"
갱신청구권·임대료 상한제, 시장 정착중
전세난, 임대차법보다 금리·수급요인 영향
전문가 "정착단계 '2+2'년 크게 바꾸지 말고
"야당의 '신규계약 임대료규제' 바람직 않아"
정부가 시행된 지 2년에 불과한 ‘임대차2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기로 하면서, 개편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시장 효과 등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방향은 임차인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공동으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두 부처는 “전문기관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바탕으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은 임차인이 전·월세로 2년을 거주한 뒤 계약을 갱신해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계약갱신 때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정한 전월세상한제가 핵심이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10월 신고된 임대차 갱신 계약 중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53.3%였고 전체 갱신계약 중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비율은 76.3%였다. 이는갱신청구권과 임대료 5% 상한제가 임대차 시장에서 정착돼가고 있음을 확인해준 지표로, 당시국토부는 “두 제도 도입이 재계약 때 임차인의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고평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임대차2법의 전면 수정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2020~2021년 전셋값이 크게 뛰고 전세시장에서 같은 주택이라도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의 임대료가 다른 ‘이중가격’ 부작용이 빚어진 주범으로 당시 야권이 ‘임대차2법’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전세난을 심화시킨 임대차2법의 초기 부작용이 분명히 있었지만, 최근 2년간 전셋값 상승은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 가구 분화로 인한 임차수요 증가 등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차2법보다는 금리와 수급요인 등이 전월세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잇따르고 금융권 전세대출 금리가 연6%턱밑까지뛰어오르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월 이후 여섯달 연속 하락세(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이고 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국제금융부동산학과)는 “최근 2년간 시행 과정에서 불거진 ‘계약갱신 거절을 위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 입증 논란 등 분쟁 요인을 최대한 없애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정착단계에 들어간 ‘2+2년’을 크게 바꾸거나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신규 계약 임대료 규제’ 등 강경한 주장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운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세입자 전세금에 대한 공적 보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에 한해 집주인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의무화돼 있고 보증 수수료는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일반 임대주택은 세입자가 보증료를 100% 부담해야 하고 다가구주택 등의 경우 보증 가입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가입 실적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세입자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더라도 그 다음날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겨 금융권의 대출 근저당 등보다 후순위로 밀리는불공정한관행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월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이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전입신고 당일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의 임대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에 주민등록을 마친 즉시 대항력이 발생하도록하고,저당권 등 다른 물권변동과의 우선순위는 접수된 순위에 따르도록한 다”고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원들도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발의한 상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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