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입학, 폐기 가능" 물러난 정부.. 野 "졸속추진 박순애 사퇴하라"

김나경 2022. 8. 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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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5세 조기입학 정책 거센 비판에
대통령실 "공식화 아닌 공론화"
박순애 "국민 아니라 하면 폐기 가능"
野 "박순애, 갑툭튀 정책 책임지고 사퇴하라"
강득구 "교육 정책은 더디더라도 면밀히 고민해야"
"졸속 추진으로 상처 준 데 대해 대통령 사과하라"
오늘 12만명 참여 설문조사 결과 발표.. 대정부 압박

정부가 추진하는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한 찬반논란이 강해지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유치원 앞에서 보호자가 자녀와 함께 등원하고 있다. 뉴시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 단체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08.02.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결국 백지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2일 대통령실에서 "정책 공식화가 아닌 공론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국민들이 정말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만 5세 조기입학 부작용을 우려해온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갑툭튀' 졸속 추진을 문제 삼아, 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또 '백년지대계' 교육 정책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해 국민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고 규탄, 대통령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12만명 교육주체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정부에 정책 철회를 압박할 예정이다.

정부, 성난 민심에 '정책 폐기'까지 시사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책은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다. 전날 대통령실이 정책 공식화가 아니라고 한 발 후퇴한 데 이어, 박순애 장관이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 "어떻게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느냐"라며 정책 폐기도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다. 지난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취학연령 1년 하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이다. 학부모들이 모인 '맘 카페', 학부모 단체와와 사·공교육 단체,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野, 박순애 장관 사퇴·尹대통령 공식 사과 촉구
만 5세 조기입학 부작용을 우려하며 '졸속 추진'을 질타한 민주당에서는 박 장관의 사퇴와 윤 대통령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정부 방침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처음에는 4년에 걸쳐 25%씩 앞당기겠다고 하더니 어제는 12년간 1개월씩 당길 수도 있다고 한다. 선생님부터 학부모까지 반대가 봇물을 이루자 하루 만에 또 말이 달라진 것"이라며 "교육 정책이야말로 '백년지대계'인데 졸속 정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한 이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공동취재) 2022.8.1/뉴스1
특히 민주당에서는 취학연령 하향 졸속 추진을 고리로 박 장관의 적격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교육부 장관은 어떤 장관보다도 교육적으로 모범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청문회도 없이 임명된 박 장관은 만취운전 적발에 논문 표절, 투고 금지, 두 아들의 불법 입시 컨설팅까지 비리 백화점 수준"이라며 "박 장관은 지금이라도 갑툭튀 정책과 본인 부도덕성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이 혼란에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없는 학제개편 추진은 혼란만 자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민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조기 입학이 아닌 박 장관 조기 사퇴가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교육위 위원들은 △정책 추진 근거가 없다는 점 △공론화 과정을 통한 국민의견 수렴이 없다는 점 △반대 의견과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이 없다는 점 △학급당 학생수, 교원 1인당 학생 수 교육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 △대학입학 연령 조정 등 입시에도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야당 교육위원들은 "무엇보다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조기입학 제도는 초등학교 시작 단계부터 과도한 학습 부담을 야기해 학습 기초를 충실히 쌓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학습의욕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사교육 시작 시기가 앞당겨져 아이와 부모의 부담이 들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충분한 사회적 협의과정 없이 졸속으로 결정된 5세 조기입학 방침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교육부 장관은 졸속 행정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간사 선임의 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31/뉴스1
野 강득구, 설문조사 결과 발표.. "교육 정책은 더뎌도 충분히 고민하면서 가야"
조기입학 정책 반대에 앞장섰던 교육위 소속 강득구 의원은 오늘(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교육주체 12만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정책에 대한 교육주체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전국 학생들과 교직원, 대학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강 의원측에 따르면 90% 이상 대다수가 만 5세 입학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주체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돼 정책이 철회될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또 4일에는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42개 단체)와 국회의원 28명이 참여하는 긴급 기자 회견 및 토론회를 실시한다.

강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서, 교육 정책은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교육 정책은 더디게 가더라도 조금 더 면밀하게 고민하면서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학부모들과 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말 한마디 툭 뱉고 거둬들이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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