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외환위기급' 물가상승률 기록..금리 인상 기조 속 증시 주변자금은 한 달 새 4조↓ [한강로 경제브리핑]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6%대의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물가 흐름이 예상 범위에 있는 만큼 이달 말 한국은행의 대응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스텝’(〃 0.25%포인트 〃)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채소류 가격 1년 전보다 25.9% 급등…밥상 물가 자극
품목성질별로 보면 7월 물가상승을 주도한 건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부문이었다. 공업제품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가공식품이 8.2%, 석유류가 35.1% 각각 오르면서 8.9% 올랐다. 다만 석유류는 전달(39.6%)보다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 서비스는 6.0%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중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4%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농·축·수산물은 7.1%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은 폭염과 함께 잦은 비도 이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25.9% 급등하며 밥상 물가를 자극했다. 배추(72.7%), 오이(73.0%), 상추(63.1%)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유가 급등 등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대외적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8, 9월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역기저효과도 작용할 것으로 보여 8월에는 물가 오름세가 그렇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관측했다. 올해 들어 1월과 2월에 0.6%, 3∼5월에 0.7%를 기록하던 전월 대비 상승률이 6월에 0.6%, 7월에 0.5%로 다소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단시간 내에 물가상승률이 6%대 아래로 내려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수입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제 유가·식량가격 다소 안정적 추세…“6%대 상승률 예상 부합”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인플레이션의 주된 동력이던 국제 유가와 국제 식량 가격이 다소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100달러 근방으로 내려앉았다. 국제 원자재 및 곡물 가격 또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3분기 말(9월)이나 4분기 초(10월)쯤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말 “추석 즈음 일정 부분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지만,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에는 물가가 정점을 나타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비슷한 전망을 하면서 “물가가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떨어지지 않고 완만히 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한은 ‘빅스텝’ 기대인플레 안정 목적…두 달 연속 가능성은 작을 듯
고물가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여전한 만큼, 오는 25일 한은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예상외로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두 달 연속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지난달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건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강해져 추가적인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이날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 위원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가장 우선시할 부분은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지금 물가상승 기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른 위원도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정액 급여를 중심으로 임금 상승세가 높아지고 있어,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제 물가 간의 악순환적 상호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증시 주변 자금은 급감…한 달 새 4조4512억원 줄어
지난달 증시 주변 자금이 4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증권사보다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자금을 옮긴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증시 주변자금은 146조808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의 증시 주변자금이 151조2595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4조4512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기준에 따르면, 증시 주변자금은 투자자예탁금, (장내)파생상품거래 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RP)매도 잔고, 위탁매매 미수금을 합한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주식 매매 자금을 의미한다.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역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진 대기 자금이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주식 투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거래 방식으로 활용된다.
지난 한 달간 증시 주변 자금 중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은 투자자예탁금이었다.
지난달 1일 58조7383억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9일 기준 54조2590억원으로 약 4조5000억원가량이 감소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빼내, 다른 투자장소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국내 증시가 올해 상반기 계속해 약세를 기록하자 개인투자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갔다고 분석할 수 있다.
반면, 증권사들이 빌려주는 대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 기간 17조9892억원에서 18조5619억원으로 6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주식시장에 ‘대기’하는 자금들은 상당수 빠져나갔지만, 돈을 빌려 ‘투자’하는 자금은 늘어난 셈이다. 이는 지난달 코스피가 하락장에서 반짝 상승한 ‘베어마켓 랠리’ 영향이다. 코스피는 7월 한 달간 5.1%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적극적인 개인투자자들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을 늘리는 등 투자를 늘렸지만,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을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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