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엘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 연주자들과 첫 협연
"단원들 스트레스 없이 맘껏 즐기길".."어디라도 달려가 음악봉사할 것"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오케스트라'라고, 여럿이 같이 연주하는 거야."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호른을 전공하는 최민서(22)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의 소개로 '꿈의 오케스트라'에 처음 발을 들였다.
혼자서 리코더나 오카리나 부는 걸 좋아했던 그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여럿이 같이하는 음악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혼자 연습을 하다 보면 힘들지만, 단원들과 같이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거나 재미있는 곡을 불어보는 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그때 음악의 힘을 느껴요."
2일 한예종 서울 서초동캠퍼스에서 만난 민서 씨의 말이다.
함께하는 음악의 재미를 그에게 가르쳐 준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해 2010년 시작됐다.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민서 씨는 '꿈의 오케스트라' 덕분에 한예종 입학과 호른 전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뤘다. 말 그대로 꿈의 오케스트라였던 셈이다.
별다른 꿈이 없고 산만한 학생이었다는 그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 계속한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한창 뛰노는 것만 좋아하던 나이에 선생님들과 같이 앉아서 음악을 배우고 또래 친구들과 연주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른 것 같아요. 세계적인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의 연주 영상을 보고 '나도 저런 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에 호른을 전공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꿈의 오케스트라'는 이달 2∼5일 통영국제음악당, 16∼18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전문 연주자와 협연하는 '설렘팡 희망톡 콘서트'를 연다. 송영훈(첼로), 대니구(바이올린), 홍진호(첼로), 이석준(호른)이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협연 무대를 꾸민다.
민서 씨는 18일 아트센터 인천 공연에서 호른 연주자이자 한예종 스승인 이석준 교수와 특별 연주 무대를 선보인다.
민서 씨는 이 교수에 대해 "음악 철학이 확실하시고, 레슨할 때 직접 악기를 불면서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이라며 "함께 연주하는 게 떨리기도 하고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과 취직을 앞두고 한창 바쁜 그의 최종 목표는 봉사활동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연주자다.
"'꿈의 오케스트라'든 다른 봉사활동이든 기회만 된다면 어디라도 가서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이런 목표를 위해 더 열심히 연주하게 되는 면도 있죠."
이석준 교수도 "제자와 함께 하는 무대는 항상 큰 의미가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뮌헨 국제 콩쿠르 호른 부분 본선 무대 진출 기록을 세운 실력자다. KBS교향악단 수석 연주자, 독일 뒤셀도르프 카머 오케스트라 객원수석 등을 역임했다.
30년 넘는 경력의 프로 연주자인 그 역시 중학생 시절 현재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꾼 서울시소년소녀교향악단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그 경험이 프로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됐죠. '꿈의 오케스트라' 경험 역시 학생들에게 큰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해요.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기면서 함께 연주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르치는 학생이 잘 됐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는 이 교수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음악교육 기회가 축소된 것을 아쉬워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초중고에서 음악과 악기를 가르치는 수업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어요. 음악을 통해 여러 감정을 배우는 건데 그런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죠. 또 우리나라 예체능 교육이 체계적 지원보다는 개인 노력으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꿈의 오케스트라' 같은 지원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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