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시하지 않겠다던 중국군.. '대만 포위' 무력 시위 나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2. 8.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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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방송, 젠-20 스텔스기,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 공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일행을 태운 미 공군기가 2일 저녁 11시43분(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도착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2300만 대만국민에 대한 연대는 세계가 전제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EPA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응해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완전히 포위하는 듯한 형태의 이번 훈련은 매우 드문 일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군은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3일간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탄 사격을 포함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 계획은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 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한 직후 발표됐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대한 군사적 대응인 셈이다. 신화통신은 “선박과 항공기는 해당 지역에 진입하지 마라”고 했다.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는 “2일 밤부터 대만 주변 지역에서 연합 군사 행동을 전개해 대만 북부, 서남부, 동남부 해역에서 연합 해군, 공군 훈련을 실시한다”며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사격 훈련을 진행하며 대만 동부 해역에서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CCTV방송은 3일 동부전구의 훈련 장면이라며 젠-20 스텔스 전투기의 야간 이륙 장면,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차량(TEL) 이동 장면 등을 공개했다.

중국 관영 CCTV방송이 3일 공개한 중국군 동부전구의 훈련 장면. 중국군 최신 스텔스기인 젠-20,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식 발사차량(TEL) 등이 보인다./CCTV방송 캡쳐

중국 국방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직후 낸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은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맞춤형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밝힌 대만 포위식 훈련의 경우 3일 오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후 실시한다는 점에서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려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 동남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미군 항공모함과 구축함 등이 대기하고 있다.

중국군이 4~7일까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밝힌 훈련 지역./자료=신화통신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은 외교부 등을 통해 항의했지만 이번처럼 군사적 대응까지 경고하진 않았다. 때문에 대만해협 상황이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에 여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던 1995~1996년 3차 대만해협 위기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체류하는 기간을 포함해 그 전후로 동중국해, 남중국해, 보하이해 등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일부 매체들은 중국군이 남부전구 소속 항공모함인 산둥함과 북부전구 소속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동시에 동원하는 ‘쌍항모’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한편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도착 직후 낸 성명을 통해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인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과 오찬을 하고 입법원(의회)을 방문한다. 여기서도 중국이나 대만 관련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은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에 참가했던 반체제 인사들과도 면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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