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오늘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가?

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2022. 8.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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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다가오니 어김없이 배가 꼬르륵한다.

"벌써 점심때가 되었나? 배가 출출하네" 아내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메밀국수, 괜찮겠어?"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괜찮지 뭐"라고 내뱉는다.

나는 영화 '벤허'에서 끌려다니듯 책임감 없는 노예처럼 살기보다 비록 점심 먹고 난 후 설거지하는 것이 약간 고통스럽고 부담스럽긴 하지만, 선도적으로 설거지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중년의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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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 전 고려대학교 겸임교수

점심때가 다가오니 어김없이 배가 꼬르륵한다. 밥 달라는 신호다. 슬그머니 아내 눈치를 보니 밥을 주겠다는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말을 먼저 꺼낸다. "벌써 점심때가 되었나? 배가 출출하네" 아내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메밀국수, 괜찮겠어?"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괜찮지 뭐"라고 내뱉는다. 아내는 보란 듯이 말을 이어간다. "그럼 설거지는 당신이 좀 해요. 반찬을 좀 만들어야겠어." 나는 멈칫하다가 "물론이지.설거지는 내가 하려고 했어"라고 내 자유의지를 발휘한다.

자유란 어떤 일을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유는 때론 힘들고 고통이 따르기도 한다. 자유와 고통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고통이 싫다고 해서 고통을 줄이면,?자유 또한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일단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곧 자유 정신이다. 다시 말해 자유(自由)란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기 일을 스스로 따르는 것이다. 임마뉴엘 칸트 역시 자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진정 어떤 이상(理想)을 가질 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유 정신이 작동된다. 본디 인간은 타인에 의해 통제된 존재로 일정부분 길들어져 있어서 스스로 행함을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어쩜 인간은 고통받는 자유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통제를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로마 시대 노예들은 일개 재산에 불과했다. 반면 자유인은 개별인격체인 페르소나로서 시민적 권리가 법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자유인들은 그 특권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자유인에게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자 교산 허균은 '성소부부고'호민론(豪民論)에서 백성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으로 나누고, 항민은 불합리한 현실에도 순응하고, 원민은 현실에 불만만을 품고, 호민은 불합리함에 저항하여 자유의지로 개혁을 주도한다고 설파하면서 호민의 수가 많을수록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백성을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나는 영화 '벤허'에서 끌려다니듯 책임감 없는 노예처럼 살기보다 비록 점심 먹고 난 후 설거지하는 것이 약간 고통스럽고 부담스럽긴 하지만, 선도적으로 설거지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중년의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 우리에 갇힌 배부른 돼지로 살기보다 설거지하는 소크라테스로 사는 것이 좀 더 호민 정신의 자유인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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