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살해③]"가중처벌로 막아야" vs 법조계 "엄벌 능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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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녀를 살해하는 '자녀살해'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오고 있다.
이 사건 속 부모들은 생활고, 양육 스트레스, 사후 자녀 생존 우려 등을 걱정해 극단적인 선택 과정에서 자녀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엄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보호의무가 있는 부모가 자녀의 의지에 반해 살해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비속살인을 가중처벌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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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가중처벌로 자녀살해 막아야" 주장
법조계 "엄벌 능사인지 의문"…시각
"자녀 소유물 아니라는 시각 바꿔야"
[서울=뉴시스] 류인선 박현준 신귀혜 기자 =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녀를 살해하는 '자녀살해'가 오랜 기간 반복되어오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사후에 자녀가 생존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시각에서 기인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계에서는 가중처벌하는 '존속(尊屬)살해'와 같이 '비속(卑屬)살해'를 통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것처럼 자녀와 같은 비속을 살해하는 것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실효성이 있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7월부터 지난 달까지 판결이 확정된 살인, 살인미수 사건 중 부모에 의해 자녀가 피해를 입은 사례는 총 29건(동일 사건 1·2심은 1건으로 집계)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들 속에서 부모 손에 죽거나 다친 자녀들은 36명으로 평균 연령은 8.4세였다. 이 사건 속 부모들은 생활고, 양육 스트레스, 사후 자녀 생존 우려 등을 걱정해 극단적인 선택 과정에서 자녀를 살해하려고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찰이 조유나양 가족 사건을 '자녀살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알려지자 가중처벌을 위한 '비속살해' 신설 주장도 제기된다. 자녀를 살해할 경우 기존 살인죄보다 가중처벌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엄벌이 능사는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극단적인 선택 시도 과정에서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살인과 유형이 다르다"고 전제했다.
A 변호사는 "일반 살인처럼 형을 엄격하게 할 수는 없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가벌성과 여러 가지 정황을 참작해 처벌 수위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존속살인의 경우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효 개념을 이용해 패륜을 처벌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다"며 "일반 살인죄로 통일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형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 고등법원의 B 판사는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들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재판부가 개별사건을 심리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을 모두 판단하게 된다. 이를 일방적으로 형량의 하한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B 판사는 비속살해죄를 신설해 부모를 가중처벌하는 것이 실효성도 없다고 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으로 부모가 사망하면 처벌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조인들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동반 극단적 선택'이라고 봤던 사회적 시각을 개선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혜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라이트하우스)는 "지금까지 우리 법률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보인다. 법률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용어부터 바뀌어야 한다. 동반 극단선택이라고 표현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B 판사는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제도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재도약 기회가 없어 비극적 상황에 몰리는 상황도 법원이 감안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엄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보호의무가 있는 부모가 자녀의 의지에 반해 살해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비속살인을 가중처벌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parkhj@newsis.com, marim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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