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한·중 관계.."기후변화·원자재·보건·문화 등 '공동의 이익' 확대 필요"

전효진 기자 2022. 8. 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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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 쏟아진 新한·중 관계 방향

지난 1992년 8월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지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지난 30년간 양국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우호 관계에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중국 내 혐한(嫌韓) 정서로 인한 냉각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향후 한중 관계는 또 어떤 국면을 맞을까. 미중 간의 갈등과 세계적으로 보호주의 장벽이 높아진 변화의 상황 속에서 두 나라는 어떻게 미래를 향한 관계를 구축해 가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양국의 건설적인 미래를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三十年河東, 三十年河西’

중국의 속담에 황허강이 동쪽으로 30년 흐르면, 서쪽으로 30년 흐른다는 말이 있다.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동쪽과 서쪽마저 바뀌는 변곡점을 맞이한다는 의미다.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과거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향후 지속 발전 가능한 관계의 틀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30년 동안 한국과 중국은 수교 초기 손님을 극진히 대우하는 상조(相助) 단계에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급격히 악화하면서 상충(相衝) 관계로 넘어왔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6월 30일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이코노미조선’이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주최한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는 달라진 양국 관계의 현 상황을 살펴보고 향후 양국 상생(相生) 관계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계 내실화와 경제 협력의 질적 향상, 즉각적인 소통 창구 등이 강조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조선비즈

한덕수 국무총리”제조업 넘어 신산업 협력 확대”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국과 중국은 정치·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면서 “지금은 더욱 빛나는 30년을 위한 초석을 모을 때”라고 평가했다.

한 총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제 사회의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한·중 양국 간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며 다방면에서 양국의 실질적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위급 포함 여러 단계에서 긴밀히 교류하고 기후 변화, 원자재 보급, 보건,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광저우의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생산법인,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 같은 제조업 분야를 넘어 신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지속적인 경제 협력 투자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 국제 사회에서 달라진 양국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글로벌 과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이끌어내고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인적 문화 교류를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국제 사회가 한국에 거는 기대는 30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면서 “정부는 지역과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이웃 국제 사회와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신임 주중 한국대사/조선비즈

정재호 신임 주중 한국 대사”소통 채널 늘려야”

“한·중 관계의 주요한 성격과 본질이 바뀌어 상호 보완성은 떨어지고 경쟁성은 커졌다. 양국 간 소통 채널과 빈도를 늘리는 게 필수적이다.”

정재호 신임 주중 한국 대사는 “양국 간 위기가 있을 때 소통 창구를 닫지 않고 막전 막후에서 끊임없이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한·중 관계가 단순히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이름뿐 아니라 관계의 내실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6월 7일 신임 주중 대사로 임명된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1960년 부산 태생으로 미·중 관계를 연구해온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다. 정 대사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에서 중국 정치 박사 학위를 받고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조교수, 서울대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2007년 베이징 인민대학 초빙 교수로 중국 생활을 했고 최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미중관계연구센터 센터장 재직 중 주중 대사로 지명됐다.

정 대사는 한·중 관계가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교 이전 양국의 경제 협력은 한·중 관계 개선과 수교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동서 양진영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꼽혔다”며 “수교 이후에도 30년간 발전을 거치며 무역·투자·관광이 한·중 관계의 중요한 주춧돌로 회자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동안 한·중 관계를 견인해 왔던 경제 협력 관계가 여전히 양국 관계를 견인하고 있는지, 다른 변수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좋은 것은 이어 가고, 새로운 것은 열어 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주중 대사로 부임해서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조선비즈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 ”막연한 기대보다 역지사지 대화”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앞으로 30년을 서로 윈윈(win-win)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준규 한국외교협회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며 양국 경제가 상호 의존적이 됐지만, 최근 악화한 한·중 관계를 풀기 위해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중 대사관 총영사 출신으로 주인도 대사와 주일 대사를 역임한 이 협회장은 “한·중 수천 년 역사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전례가 없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한·중 관계가 평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라며 “수교 이래 좋았던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신호탄이 됐지만, 아직 한·중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한·미 관계 강화를 내세우는 동시에 대중 관계도 발전할 여지가 있다”며 “한·중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양국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친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조선비즈

plus point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韓·中, 내 안에 네가 있는 이익 공동체”

전효진 기자

“한국과 중국은 영원한 이웃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파트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6월 30일 열린 ‘2022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서 “올해 한국이 중국의 제2의 교역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창한 한국말로 축사를 전하고 이같이 말했다.

싱 대사는 양국의 무역·경제 부문 교류가 깊이 융화돼 있는 점을 언급하고 양국이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중국은 18년 연속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고, 양국 간 산업 투자는 누적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돌파했다”며 “작년 무역액은 우리 통계로 3600억달러(약 468조원)를 넘었는데, 이는 한·미, 한·일, 한·EU(유럽연합) 무역액을 모두 합친 수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측 통계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중·한 무역액이 연속으로 중·일 무역액을 넘어섰고, 이런 추세라면 한국이 중국의 제2 무역 상대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양국 관계에 대해 “양국의 산업망과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는 서로 뗄 수 없는 이익 공동체”라고 평가했다.

싱 대사는 중국 정부가 윤석열 새 정부와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 대사는 “지난 5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며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해외에 파견한 최고위급 대표로, 그만큼 중국이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중국의 비자 발급 절차가 간소화된 데 이어 양국 간 항공편도 늘고, 격리 시간도 단축됐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호전되고 있어 앞으로 각 분야에서 교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개혁을 심화하고 대외 개방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중국)는 한국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고, 협력하고 서로 윈윈(win-win)하고자 한다”며 “중·한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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