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추석 '고물가 직격탄' 예고.. "지금도 힘든데 어쩌나"

조성민 2022. 8. 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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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물가 6.3%↑, 외환위기 이후 최고..두 달 연속 6%대
석유류 오름세 주춤했지만 농축수산물·외식비 고공행진
체감물가인 생활물가지수 7.9% 상승..98년 이후 최고치
추경호 "8월 중 민생 대책.. 밥상물가 안정·생계비 경감"
尹대통령, 휴가 떠나며 "코로나·치안·추석물가 챙겨달라"

‘고물가 충격’이 한달여 남은 올해 추석 차례상에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관측을 내놨다.

가파른 물가 상승 속에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시민들은 명절 장보기를 앞두고 걱정이 크다. 경기도 지역의 한 맘카페에서는 “지금도 너무 힘든데 무서운 기분이 든다”, “마트가서 장보기가 후덜덜하다”, “수입은 늘지 않는데 지출만 늘어나니 힘들다”, “점점 숨통을 죄여오는 것 같다” 등 고물가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2일 대구 달서구 하나로마트 성서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름폭을 키우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에 기름값 오름세는 둔화했지만, 외식비, 농·축·수산물, 공공요금이 상승폭을 키우면서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전달의 6.0%마저 넘어섰다. 서민 생활비와 직결되는 전기·가스·수도는 15.7% 뛰면서 상승률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4%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2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 “7월 소비자물가, 예상에 부합…당분간 6% 상회”

한국은행은 2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6.3%)이 6월(6.0%)에 이어 6%대를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가운데 고유가 지속, 수요측 물가 압력 증대 등으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향후 물가 경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 추이, 태풍·폭염 등 여름철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이번 물가상승률을 ‘예상 범위 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서 언급한 ‘빅스텝’ 가능성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상승세가) 2∼3개월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이 기조가 유지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박대출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이는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로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 더 높아졌다. 두 달 연속 6%대 이상을 기록한 건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에 올라선 후 지난 5월 5.4%, 6월 6.0%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가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두 품목의 기여도는 각각 3.11%포인트, 1.85%포인트다. 7월 물가 상승률 6.3% 중 4.96%포인트를 두 품목이 차지한 것이다. 개인서비스는 6.0%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8.4%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2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3월 0.4%까지 내려간 농·축·수산물은 오름폭을 다시 키워 지난해 12월(7.8%) 이후 최고치인 7.1%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은 폭염과 함께 잦은 비가 이어지면서 채소류 가격이 25.9% 급등하며 밥상물가를 자극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특히 폭염과 잦은 비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25.9% 급등했다. 사진은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상추 가격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역시 서민 생활비와 직결되는 전기·가스·수도는 15.7% 뛰면서 상승률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이 반영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일시 감면된 지역 상수도 요금이 다시 올라간 탓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라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상승에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4월(14.1%) 이후 가장 높은 13.0%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4.5%로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추석 앞두고 정부·여당 연일 ‘민생’…“8월 중 물가대책 발표”

정부는 추석을 한달여 앞두고 이달 중 추석 민생 안정대책을 발표하는 등 물가대책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의 정도는 다소 완화됐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며 “민생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부총리, 모든 장관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최근 휘발유와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이 하락세에 다소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또 일정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는 추석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추석 민생대책을 다른 어느 때보다도 선제적이면서도 내실 있게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민생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이라면서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밥상물가 안정과 필수 생계비 경감 등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물가 속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경감해 나가는 한편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예산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국민의힘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 역시 지난달 14일 ‘밥상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고 농식품 물가 동향을 점검했다. 류성걸 특위 위원장은 “금년 추석도 예년과 달리 일찍 있어 추석물가 관련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빠른 추석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로 인한 식품 원재료를 포함해 여러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폭염과 장마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했다.

첫 여름휴가를 떠난 윤석열 대통령 역시 추석물가 안정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1일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코로나19 재유행 및 휴가철 치안과 함께 추석물가 불안 우려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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