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통화정책 최대 변수는 '기후변화'..태풍發 '10월 빅스텝' 가능성은?

이재은 기자 2022.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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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에 무게
태풍이 변수..추석 먹거리 물가 주목
이창용 총재 "기준금리 0.25%p 점진적 인상 적절"
"다만 예상경로 벗어나면 빅스텝 배제 못해"

우리나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6%를 넘어섰다. 예상대로 6%대 고(高)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도 이달 25일 열리는 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6%를 상회할 것이라고 보고, 물가 안정을 목표로 연말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향후 물가 경로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8월 이후 기후 변화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3%까지 치솟은 주된 배경이 폭염, 폭우로 인한 채소류값 상승이라는 점이 이같은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형 태풍이 몰아닥쳐 9월 추석 전후로 채소 등 식료품 가격이 치솟아 물가가 7%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할 경우, 한국은행이 10월에 고강도 긴축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태풍이 10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소비자물가, 6월에 이에 7월에도 6%대 상승

3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채소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밀어올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재료비 인상분이 가격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채소가격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6% 폭등했다. 한국은행은 “채소가격은 봄철 가뭄에 최근 장마·폭염 등의 여파로 작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상추, 배추, 무, 양파 등의 가격이 평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식재료인 채소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도 뛰었다. 외식은 8.4% 올랐는데, 이는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도 6%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에 대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가운데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등으로 당분간 6%를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손민균

◇ 8월 금통위, 0.25%p 금리인상 ‘베이비 스텝’ 유력

시장에서는 7월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6%대를 기록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해 이달 0.25%p 금리인상이 유력하다.

다만 향후 물가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하반기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물가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 물가 피크아웃(peak out·정점 통과) 시점을 10월로 전망했지만, 국제유가 흐름 등의 변수에 따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10월 이후에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간다면 예상한 것 이상으로 물가가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는 변수는 8월 태풍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농산물 가격 급등이 주도했는데, 예상보다 강한 태풍으로 작황이 악화될 경우 9월과 10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크게 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채소류, 가공식품 가격, 외식 물가 상승이 소비자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주고, 이는 가계와 기업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월(3.9%) 대비 큰 폭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근로자는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비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실제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2일 대구 달서구 하나로마트 성서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올라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 태풍·유가 변수…”추가 빅스텝 가능성 배제 못해”

실제로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2010년 태풍 곤바스로 인한 물가 대란이 일어나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지난 2010년 8월말 몰아닥친 태풍 곤바스로 인해 출하 예정이던 배추, 무 등이 멸실되면서, 2%대를 유지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부터 3%중후반대로 훌쩍 뛰어오르자 한국은행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인상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도 잠재적인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 개최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의 경우 주요 산유국의 증산이 더딘 가운데 동절기가 다가올수록 러시아와 유럽간 갈등 고조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과 태풍발(發) 농산물·외식가격 인상, 고유가 등이 맞물리면서 9월과 10월 물가상승률이 7%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를 경우 한국은행도 10월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인상 시기와 폭은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등 대외 요인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국내 성장, 물가 흐름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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