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이번엔 '분리매각' 두고 갈등..파업 끝나도 첩첩산중
대우조선해양 분리매각안을 두고 회사 노동조합과 KDB산업은행이 입장 차이를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분리매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노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이 내놓는 매각 방향에 따라 노사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분리매각도 검토 중이라고 하자 대우조선 노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 고용 여건이 바뀌고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전날 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우조선은 근본적으로 특수선과 상선을 쪼개어 팔 수 없는 내부구조로 돼 있다"며 "매각은 주요 이해 당사자인 노조와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회는 "산업은행장의 국회 정무위 답변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 여러 가지 매각방안 중에 하나로서 분리매각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마치 분리매각이 최선의 대안인 것처럼 언론에서 공론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지회도 대우조선 매각을 반대하지 않는다"며 "매각은 대우조선 전체 구성원들의 고용과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로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또 다시 실패할 것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분리매각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강 회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서는 분리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분리매각 가능성을 부인했던 산업은행이 사흘 만에 기존 입장을 뒤바꾼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대우조선 협력업체 노조의 장기파업 영향으로 8000억원대 손실액이 발생하면서 산업은행이 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인수하는 방안이 올 초 EU(유럽연합) 경쟁당국 반대로 무산된 뒤 새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던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효성그룹이 거론되지만 이들 모두 인수에 부정적 입장이다. 해외 매각이 어려운 방산부문을 떼어내면 상선과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부문은 국내외까지 인수 대상 범위가 넓어진다.
대우조선에 대한 분리매각 가능성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에도 산은은 대우조선을 '굿컴퍼니'(우량자산)와 '배드컴퍼니'(부실자산)로 나누는 시나리오로 민수와 방산 부문을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노조의 반발이 크고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조선소 내 야드 구조상 분리가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선과 상선의 기초공정은 대부분 겹치는데 이를 분리하면 공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당시에도 분할로 인해 운영 효율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분리매각 계획이 철회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강 회장이 "본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매각 자체가 아니라 대우조선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된 부분이 문제"라고 언급한 만큼 이번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강 회장의 발언이 '통매각'만 고집하지 않고 경쟁력을 극대화할 매각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안팎에선 대우조선 매각이 지체될 경우 국내 조선산업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악화도 이 같은 입장에 힘을 싣는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조7546억원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470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3월 말 부채비율은 523.2%로 전년 말보다 144.1%포인트 치솟았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주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높은 후판가격으로 하반기 흑자전환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추가 자금 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아야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방향은 지난해 말 외부기관에 의뢰한 컨설팅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르면 다음 달 나오는데 매각 관련 플랜B~D를 포함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제고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분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노조의 반발을 잠재워야 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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