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발목 잡힌 도농 공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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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도시·농촌 농협 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업 하나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도시농협에 경제사업의무를 부여하고 농촌농협에 대한 자금 지원과 농산물 판매액 등으로 이를 평가한다.
강동농협은 농촌농협에 하나로마트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만큼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을 자체 경제사업실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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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도시·농촌 농협 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업 하나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강원 홍천지역 농·축협 8곳이 서울 강동농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강동농협 하나로마트 지점 한곳을 전담 운영하기로 하면서다. 홍천 농·축협들은 임차료 없이 관리비만 부담하고 서울 소비자들에게 지역 농축산물을 직판하는 기회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도시농협의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도시·농촌 농협 양측이 가진 장점을 적극 활용하는 이 모델을 두고 도농상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거란 기대까지 나왔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공동사업은 아직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농협 측에서 들은 지연 이유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농협의 각종 제도를 제정하는 농협중앙회와 이를 감독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번 공동사업의 경제사업실적 인정 기준을 수립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도시농협에 경제사업의무를 부여하고 농촌농협에 대한 자금 지원과 농산물 판매액 등으로 이를 평가한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이번 공동사업을 어떻게 경제사업실적으로 평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다.
강동농협은 농촌농협에 하나로마트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만큼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을 자체 경제사업실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실제 이익은 농촌농협이 가져가되 지표상으로는 경제사업실적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대안으로 임대한 하나로마트 매장의 평균 임대료를 산정해 이를 실적으로 집계하는 방안도 검토를 요청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이유로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라 시급한 현안이 많다는 점을 댔다. 이에 대해 도시·농촌 농협들은 “도농상생은 농협한테만 시급한 현안이냐”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시농협들은 ‘농협 브랜드에 무임승차해 돈장사에 열을 올린다’는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상당수 도시농협은 농촌농협들과 공동으로 지분 투자를 하거나 농산물 판매장을 무상 임대차하는 등 공동사업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도농상생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도 아닌 작은 제도 개선조차 뚝딱 해내지 못하는 현 상황을 보면 농업계에서 ‘규제혁신’은 그저 딴 세상 얘기로만 들린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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