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도 제친 청년층 가계대출..공정심판대 내몰린 '부채 감면'
취약차주 비중·연체율 다른 연령대보다 높아
금융부채 대부분 담보대출..'빚투' 비중 적어
연체사유 주로 '생활고'..정부는 '빚투' 부각
청년층 부채가 우리 사회의 가장 위험한 빚으로 부상하고 있다. 1000조원으로 불어난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20~30대로, 40대를 제친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도 타 연령대보다 높았다.
청년층 부채의 67%은 전·월세 자금 등 주거 비용을 위한 것이고, 채무가 연체되는 사유의 77%도 생계비 부족 및 실직 등 생활고였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었으나 상대적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청년층 부채 감면이 ‘공정 논란’의 심판대에 내몰리고 있는 건 현 정부가 표심을 위해 ‘빚투’를 부각하는 등 정치적 접근을 하면서 세대 갈등을 촉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20∼30대 가계대출 비중 1위
2일 <한겨레>가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받아 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약 1061조원까지 급증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중 30대 이하 빚은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이 40대(30.3%), 50대(23.5%), 60대 이상(14.1%) 순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에는 40대(31.2%), 30대 이하(29%) 순이었는데, 2년 만에 순위가 뒤집혔다. 이로써 전 금융권(은행권+비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약 1754조원)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도 27.1%로, 40대(29%)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청년층 빚은 질도 가장 나빴다.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있는 20~30대 차주 중 취약차주(다중채무·저소득·저신용)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6%로 40대 이상 여타 연령대(5.8%)보다 훨씬 컸다. 또한 이들 취약차주의 연체율 역시 5.8%로 40대 이상(5.5%)보다 높았다.
20∼30대는 빚을 왜 졌을까.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가구의 금융부채는 전·월세 보증금 및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66.6%),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임대보증금(15.3%), 신용대출(13.4%), 기타금융부채(4.7%)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었다. 또 신용대출을 자금 용도별로 다시 쪼개면, 20대의 경우 55.9%가 전·월세 자금 및 주택 구매에 사용했다. 30대도 42.4%가 부동산 자금으로 썼다.
물론 빚투도 늘었다. 신용대출 중 투자 자금으로 볼 수 있는 ‘기타 용도 등’ 비중이 20와 30대 모두 2019년보다 증가했다. 20대는 19.8%에서 21.6%, 30대는 11.8%에서 20.1%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부채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청년층이 빚을 갚지 못하는 사유도 빚투보다는 생활고가 많았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채무 연체 사유의 76.9%는 생계비지출 증가, 실직, 금융비용 증가, 근로소득 감소 등이었다. 주식 등 투자 실패 사유는 0.8%에 불과했다.
■ 정치적으로 ‘빚투’ 강조 청년층
빚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위험해지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부채가 모두 주식, 가상자산 등 빚투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다른 연령대가 청년층 지원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지원책은 이미 신복위가 빚을 갚기 힘든 전체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채무조정’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도 연체 전이라도 채무를 조정해 주고 있고, 이자 감면 및 분할 상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한 건 저신용 청년층에 한해 이자 감면 폭만 더 확대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보도자료에 ‘주식, 가상자산'이라는 청년층 빚투 실패를 부각했고, 이에 대해 '특례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명시했다. 현 정부가 청년층 표심을 위해 빚투 지원을 강조하는 등 제도를 과장 홍보한 것이 오히려 오해를 낳으면서 세대 갈등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성실상환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층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청년층 부채 부실 가능성이 가장 크고, 선제적 지원이 필요한 것도 맞다”며 “부채 감면은 항상 공정의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에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홍보 및 설득, 부채에 대한 선별 지원,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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