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베어마켓 랠리라는데..이미 짐 싼 개미들

김인경 2022. 8. 3. 05: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Q 코스피서 5730억원 '팔자'..美 주식도 외면
예탁금도 54조원..연초 이후 13조원 쪼그라들어
5대은행 예적금 750조원 넘어서며 역머니무브
"추세적 반등 어려워..야수의 심장 논리 안통해"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증권가에서 이달 ‘베어마켓 랠리(하락장에서의 상승세)’를 전망하고 있지만, 그동안 주가 하락을 버텨오던 ‘동학개미’들은 오히려 돈을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는 물론 미국 증시에서까지 돈을 빼 안전한 예·적금에 투자하는 역(逆)머니무브 행렬에 올라탔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코스피도, 美 증시도 팔고…등 돌리는 개미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63포인트(0.52%) 내린 2439.62에 거래를 마쳤다. 7거래일 만의 하락세다.

특히 3분기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5730억원을 팔고 있다.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11조3592억원(1분기), 9조7334억원(2분기)을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증시 주변 자금도 감소 추세다.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2590억원으로 지난 6월 말(57조3648억원)보다 3조1058억원 줄었다. 지난해 말(67조5307억원)과 견주면 7개월 사이 무려 13조2717억원이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자금이다.

과거엔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해외 증시로 이동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도 금액은 3092만달러(404억원)로 집계됐다. 2020년 이후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분기별 매매도 꾸준히 매수 우위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미국 주식도 침체하는 모습을 보이자 7월 이후부터 돈을 빼고 있다.

개미들이 향하는 곳은 은행이다.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50조5658억원으로 6월 말 대비 28조 56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7개월 만에 60조 5292억원 급증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과거엔 약세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하는, 소위 ‘야수의 심장’이 고수익을 거뒀지만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크다 보니 일단은 현금화하거나 안정적인 투자처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베어랠리는 있다고 해도… 큰 오름세는 글쎄

증권가는 코스피가 8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18.07% 하락했다. 미국 대형주들이 모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13.58%)은 물론, 주변 국가인 일본 닛케이(-4.16%), 중국 상하이지수(12.00%) 등에 비해 더 하락했다. 과도한 우려가 증시를 끌어내린 만큼, 반등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또 8월은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뚜렷한 이벤트도 없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과 11월, 12월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뚫으며 추세적 반등이 이뤄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드물다. 약세장 속에서의 반짝 반등 정도만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기술적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소비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6월(6.0%)에 이어 7월에도 6.3% 상승하며 6%대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수준이었지만,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일 정도로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축소되는 구간에서 성장주의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경기방어형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할 것”이라며 “음식료, 헬스케어, 미디어, 교육 등이 상대적으로 편안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의 방향성이 중요한데 중국과 유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경기와 무관한 기업이나 테마 등이 존재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선호될 것으로 보이는데, 성장주 중에선 경기 하강 및 유동성 축소에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큰 전기차, 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무인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인공지능(AI) 종목 등이 주목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