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 초월한 우정, 계층 이동 사다리로
가난한 아이가 잘사는 친구를 많이 사귈수록 미래에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 시각) 네이처지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의 우정이 계층 이동 사다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스탠퍼드대 등의 연구진이 미국인 25~44세 성인 7200만명의 페이스북 친구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소득층 아동 중 친구의 70% 이상이 고소득층 출신인 아동은 미래 소득이 평균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을 초월한 우정은 학교 수준이나 가족 구성, 지역 내 인종 분포 등 다른 요인보다 미래 소득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 중 한 명인 하버드대 경제학자 라즈 체티는 “여러 계층이 함께 어울리는 공동체에서 자란 아이들은 가난을 벗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부유한 친구가 많은 아이는 열망을 키울 수 있고, 대학 진학이나 재정 지원을 위한 정보에 접근하기 쉬우며, 인턴십 추천 등 네트워킹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안젤로 로드리게스 고등학교를 다녔던 마리 보위(24)는 부모가 직장을 잃고 이혼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유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대학 입학 시험(SAT)을 준비했다. 대학 졸업 후 변호사가 된 보위는 “친구 부모님들이 SAT를 위해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할지 알려줬고, 자기소개서를 쓸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했다. NYT는 “로드리게스 고등학교는 학군 경계 밖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종·계층의 학생들을 받아들였고, 서로 다른 계층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스포츠·음악 등 과외 활동을 활성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은 빈부 격차가 커지고 계층 간 주거지가 분리되면서 부모의 소득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NYT는 지적했다. 연구진은 “부유한 지역에서도 여러 계층이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고, 부유층과 빈곤층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공공 장소를 조성하는 등 사회 통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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