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 선거비 대부분 보전받고도 세금 867억원 따로 챙긴 與野

조선일보 2022. 8. 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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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당사 재테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대선과 지방선거 보조금으로 867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선 194억원, 지방선거 210억원 등 404억원, 민주당은 대선 225억원, 지방선거 238억원 등 463억원을 받아 갔다. 2016년 총선 이후 6차례 전국 단위 선거를 모두 합치면 국민의힘 952억원, 민주당 1019억원 등 2000억원 가까운 국민 세금이 양당에 투입됐다.

선거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가가 각 정당에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며 건네주는 세금이다. 1994년 도입돼 3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 재력에 상관없이 입후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선거공영제의 일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 정당 소속 후보들이 선거를 치르고 나면 선거보전금을 또 받는다는 점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당락에 상관없이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엔 선거 비용 전액, 10~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엔 절반을 국고에서 지원하게 돼있다. 거대 여야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들은 대부분 이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당 전체로 보면 실제로 선거를 치르는 데 쓴 비용을 거의 전부 돌려받고 있다.

지난 대선의 경우 국민의힘은 409억원을 쓰고 그중 96%에 해당하는 395억원을 돌려받았고, 민주당은 439억원을 쓰고 98%에 달하는 432억원을 받았다. 선거라는 같은 명목으로 국고에서 이중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승패와 상관없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 돈이 계좌에 쌓인다. 게다가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선거보조금으로 지원된 돈의 용처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선거를 위해 쓰라고 준 돈인데 인건비, 비품비, 정책개발비, 당원교육훈련비 등 갖은 명목을 갖다 붙이면서 흥청망청 음성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몇 년 전 건물 가격의 80%를 은행에서 대출받아 당사를 매입한 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지급된 선거보조금 등을 활용해 이를 갚아가며 수십억, 수백억 원의 부동산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대부분 용처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고 남은 돈은 반환하게 돼있다. 하지만 선거보조금은 이런 제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정당이 무슨 일을 벌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 ‘눈먼 돈’이 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국고 손실’을 비판하고 ‘재정 건전성’을 주장할 자격을 가지려면 법을 개정해 선거 자금을 이중으로 지원받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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