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환위기 수준 高물가, '9유로 티켓' 같은 창의적 해법 찾아야

조선일보 2022. 8. 3.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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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선보인 '9유로 티켓'. 독일 국민 10명 중 4명이 구입했을 정도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 로이터 연합뉴스

7월 물가가 6.3%를 기록하며 6월(6.0%)보다 더 올랐다. 환율 폭등 여파로 물가가 급등했던 외환위기 당시(6.8%)와 비슷한 수준의 고물가가 24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많이 소비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은 7.9%에 달하고, 외식물가도 8.4%나 올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물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물가 급등 탓에 가계의 실질 소득은 뒷걸음치는데, 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 여파로 빚 1800조원을 안고 있는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율 급등 여파로 수입물가도 역대 최고(35%)로 치솟아 가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의 고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인이지만, 채소(25%), 보험서비스료(15%), 화장품(14%) 등 국내 요인도 적지 않다. 정부의 물가 대응이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물가 대응책으로 과거 늘 써왔던 정책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 폭을 낮추기 위해 세수 8조원 감소를 감수하고, 유류세율을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낮췄다.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해 쇠고기, 돼지고기, 커피 원두 등에 대한 관세를 0%로 낮췄다. 하지만 무차별 적용되는 유류세 인하는 석유 소비 절약을 방해해 무역적자를 더 키울 수 있다. 대중교통보다 승용차를 많이 타는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도 있다. 수입 식품 무관세 정책도 환율 상승 탓에 뚜렷한 물가 인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선 9유로만 내면 한 달간 기차, 전철, 버스 등 전국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 정책을 선보여 물가 억제와 석유 소비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과거 ‘신용카드 소득공제’ 같은 독창적 정책으로 세계의 모범이 된 바 있다. 40년 만에 온 세계적 고물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거와는 다른, 보다 창의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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