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非친족 가족’ 100만 시대

김태훈 논설위원 2022. 8. 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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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외신에 소개된 미국 가족 사연은 가족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두 백인 남자가 흑인 자녀 8명을 입양했다. 아빠도 엄마도 아닌 보호자와 피부색 다른 자녀가 만나 한 지붕 아래 산다. 우리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한 신도시에 일곱 자녀를 둔 부부가 산다. 두 아이만 친자식이고 다섯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부모와 살 수 없는 게 딱해 품에 안은 아이들이다. 경기도의 가족이나 미국 가족처럼 혈연을 넘어선 가족을 ‘공동체 가족’이라 한다.

▶공동체 가족 말고도 다양한 가족이 생겨나고 있다. 출신 국적이 다른 다문화 가족, 결혼 않고 사는 동거 가족, 재혼 부부와 그들의 성(姓)이 다른 자녀로 구성된 패치워크(조각보) 가족 등이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낳지 않고(Dink·Double Income No Kids) 애완동물(pet)을 키우는 ‘딩크펫’ 가족, 사이버 공간에서 취미가 같은 이들끼리 만나 친밀감을 쌓는 사이버 가족도 있다.

▶이로 인해 전에 없던 갈등이 빚어지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유명 재즈 축제인 자라섬 페스티벌은 올해부터 반려동물 동반 좌석제를 도입했다. 외국에선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이성과 친밀감을 쌓는 배우자에게 “인터넷에서 피우는 바람도 외도”라며 다투는 신종 부부 싸움도 벌어진다. 그사이 젊은 남녀가 결혼해 자녀를 낳아 키우는 전통적 형태의 가족은 쪼그라들고 있다. 미국에서 부모와 그들의 혈연 자녀로 이루어진 전통 가족은 다섯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30년쯤엔 33%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혈연 아닌 사람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뜻하는 ‘비(非)친족 가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47만 가구로 전체의 2%다. 2015년엔 21만 가구였는데 그새 두 배 넘게 뛰었다. 배우자나 부모·자녀가 싫어도 피붙이란 이유로 참고 살던 시대는 가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과 살겠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이런 신(新)가족 중엔 평소 얼굴 못 보고 사는 ‘원(遠)거리 가족’도 있다. 이들은 근무지·학교·주거지가 달라 주말부부로 지내며 자녀는 방학 때나 만난다. 이런 가족이 유지되는 걸 보면 함께 살아야만 가족인 것도 아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아버지의 날’을 맞아 두 딸에게 했던 다짐을 공개했다. “아버지로서 내 의무는 가족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도 ‘사랑’이란 가족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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