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요구도 수용한다.. 난 무한긍정주의 건축가"

김미리 기자 2022. 8. 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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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젊은 건축가상' 김효영
휘날리는 빨래 모양 인제 휴게소, 식빵 모양 지붕의 문경 복어집
"비워내는 건축만 정답은 아냐.. 혼란스러운 것도 품는 태도 필요"
건축가 김효영의 유쾌한 건축 작품. 강원도 인제 스마트 복합 쉼터. 바람에 나부끼는 흰 빨래 형상으로 지붕을 설계해 생기 잃은 국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진가 진효숙

“건축가는 사회가 인정 안 해준다고 하고, 대중은 건축가들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비관적인 태도로 상처 준다. 건축가가 너무 고고하게 있지 말고 먼저 대중에게 다가가 말 걸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서울 이태원의 사무실에서 건축가 김효영(45·김효영건축사사무소 대표)이 말했다. 그는 “건축주 요구는 촌스럽든 어떻든 최대한 수용한다”는 무한 긍정주의 건축가.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다”를 건축 모토로 삼는다. 예산 부족, 기술 한계, 인식 차이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체념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접근이 발판이 돼 지난달 1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세 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사수(四修) 끝에 만 마흔다섯 살까지 대상으로 하는 이 상을 나이 꽉 채워 탔다. “거침없는 유희적 참조와 차용으로 경직된 한국 건축 토양에 낯설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심사평에 나타나듯 김효영의 건축은 유쾌하고 과감하다.

건축가 김효영 /김미리 기자

최대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포용주의는 대개 과장된 형태로 귀결된다. 작년 완공한 압구정동 상가 건물이 그렇다. 자수성가한 가게 주인이 세 들어 있던 건물을 사들여 부순 뒤 신축하려고 그를 찾아왔다. 건축주는 박공지붕, 발코니, 벽난로, 외부 철제 계단 등 평소 꿈꿨던 온갖 아이디어를 말했다. 이 경우 건축가는 대개 돌려보내거나 적당히 일부만 수용한다. 긍정으로 무장한 건축가는 달랐다. “자수성가한 그분 인생을 생각하니 되레 열정이 순수하게 보였다”고 한다. 채소를 덕지덕지 붙인 화가 아르침볼도의 인물화를 떠올렸다. 주차장 쪽 외부 벽면을 털어 건축주의 희망 사항을 몽땅 구현했다.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들을 짜깁기한 모습이 세련된 건물과 허름한 건물이 뒤죽박죽 섞인 압구정 뒷골목을 풍자하는 것 같더라.”

건축가 김효영이 설계한 압구정동 상가 건물. 건축주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해 주차장 쪽 외벽에 철제 계단, 발코니 등을 붙였다. /사진가 진효숙

이종(異種) 결합도 거침없다. 점촌 ‘기와올린집’(2018)은 전원 생활을 동경하지만 아파트의 편리함에 익숙한 노부부를 위해 아파트 평면에 전형적인 기와지붕인 팔작지붕을 얹혔다. 식당과 주택을 겸한 복어 가게 건물인 문경 ‘복터진집’(2019)은 유쾌한 건축 선언이다. 반원 다섯 개를 연달아 붙여 식빵 모양으로 지붕을 만들었다.

복어 식당과 주택을 겸한 건물인 문경 ‘복터진집’. 반원 다섯 개를 연달아 붙여 식빵 모양으로 지붕을 만들었다. /사진가 진효숙

무뚝뚝한 공공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 지난해 강원도 동해의 문 닫은 쇄석장(석회석 원석을 잘게 파쇄하는 시설)을 문화 시설로 재생했을 때가 그랬다. 최대한 과거 모습을 살리되 불시착한 UFO 같은 원형 구조를 지붕에 얹어 새 출발을 알렸다. “쓸모를 다하고 덩그러니 있는 폐쇄석장을 보니 ‘명퇴’(명예퇴직)한 중년 아저씨 같더라. 화가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며 자기 연민, 포부를 담아 자화상 그린다는 심정으로 감정이입해 설계했다.”

김효영이 리모델링한 동해 폐쇄석장. 왼쪽 지붕 쪽에 불시착한 UFO처럼 작게 원형 구조를 넣었다. / 사진가 황효철

소양호에 면해 있는 강원도 인제 44번 국도변 휴게소(인제 스마트 복합 쉼터) 증·개축 땐 바람에 나부끼는 흰 빨래 형상으로 지붕을 설계했다. 차량이 줄어 생기 잃어버린 국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각 장치였다.

인제 스마트 복합쉼터. /사진가 진효숙

튀는 형태엔 기발하다는 평과 함께 시각 공해라는 평도 따른다. 김효영은 “건축을 대중과 대화하는 매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형태를 가장 중요한 언어로 본다. 큰 목소리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소 과장된 형태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건축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무조건 지우고 비워내는 방식만 옳다고 보지 않는다.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우리 사회 단면을 끌어안는 건축도 필요하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도시에선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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