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역시즌 마케팅

정상도 기자 2022. 8.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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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라는 외환위기를 겪기 직전 이야기다.

그 백화점은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외환위기만큼이나 어려운 복합위기를 겪는 요즘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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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라는 외환위기를 겪기 직전 이야기다. 영국으로 유학가는 친구에겐 어린 아들이 있었다. 젊은 부부야 쓴 소주 한 잔으로도 석별의 정을 나눌 수 있었지만, 이 꼬맹이를 보내려니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생각한 선물이 유별난 영국 겨울을 버틸 두툼한 외투였다. 문제는 한여름이라 어디서든 선뜻 ‘외투’란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시내를 들쑤시고 다니다 겨울 상품 세일하는 곳을 찾았다. 부산고속버스터미널에 입점한 부산백화점이었다. 꼬맹이가 몇 년을 입어도 끄떡없을 옷을 고른 순간의 감격이 지금도 여전하다. 그 백화점은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고속버스터미널은 금정구 노포동으로 옮겨갔다. 그 자리엔 아파트가 들어섰다.

외환위기만큼이나 어려운 복합위기를 겪는 요즘이다. 하늘 높은 줄 모는 물가와 ‘겨울 외투’가 떠오르는 역시즌 마케팅 소식에 입맛이 쓰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지난 6월 6.0%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 이상 고공행진한 것도 역시 2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건 주머니가 가벼워진다는 말이니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가 엄연하다. 그 당시 젊은 세대에겐 내다 팔 금반지라도 있었지만, 요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버티기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영끌’이라고 대출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세태의 후폭풍이라 하겠다. 민생 안정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대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지지율로 국정 동력 상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집권 여당은 내홍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판이니 이마저도 기댈 언덕이 아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막다른 골목, 한 푼을 써도 합리적인 가격을 따지는 실속 구매 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무더위 속에 패딩이나 모피 의류 등 겨울 상품을 판매하는 역시즌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다.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이 약속이나 한듯 ‘미리 준비하는 겨울’ 판촉 행사에 나섰다. 양털 부츠, 앵클부츠, 양털 슬리퍼 등 겨울 신발과 털가방 등 상품이 다양해지고, 행사 시기도 빨라지며, 당연히 참여 업체까지 많아지는 모양새다. 외환위기 전엔 고맙게 여겨졌던 일이 일상이 된 셈이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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