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리호 다음은 뭘 해야 할까

2022. 8.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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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역사에서 큰 전환점으로 기억되겠지만 우주산업 전체로 보면 이제 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하다. 미국은 지구 저궤도(LEO) 영역은 민간에 개방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국가기관은 달·화성 개발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시대에서 민간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지구 저궤도(지구상 200~2000㎞)는 지금도 국제우주정거장과 수많은 인공위성이 떠 있는 곳으로,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으로부터 안전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우주 공간 중 유일하게 사람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곳이다. NASA는 2028년 국제우주정거장 퇴역에 대비해 민간 기업의 상업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액시엄스페이스가 2024년 제일 먼저 건설을 시작하고 나노랙스, 노스럽, 블루오리진이 2030년께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저궤도 우주정거장은 미세중력, 고진공, 초저온이라는 특수 환경을 가지고 있어 지구에서는 불가능한 연구와 제조가 가능하다. 초고부가가치의 신물질 제조, 첨단제품을 지구보다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미세기포가 전혀 없는 무손실 광케이블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생명공학 연구도 빠른 속도로 수행할 수 있다. 지구보다 최대 5배 빠른 속도로 세포 증식이 가능해 줄기세포 연구의 장애물인 증식 속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력의 간섭이 없어 인공장기 생산, 단백질 합성, 초순수 물질 제조가 가능하다.

인터넷 보급 이후 수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탄생했듯, 아이폰 출시 이후 각종 앱에 기반한 거대 회사가 탄생했듯, 우주정거장은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시급히 돌아봐야 한다.

지금은 누리호의 좋은 기억을 갖고 진취적으로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가 누리호의 성공에 기뻐하고 있을 때 다른 국가와 기업들은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유럽의 많은 국가와 기업이 민간의 상업 우주정거장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 미쓰이도 이미 미국의 민간 우주정거장 업체에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는 제약기업인 보령이 우주정거장이 가져다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빠르게 이해하고 민간 우주정거장 설립에 제일 앞서가는 액시엄스페이스에 투자한 것이 아직까지 유일하다. 우리 기업들이 눈앞에 다가온 새로운 우주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절실하게 고민하고 과감한 투자를 할 때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장기간 자체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개발 계획을 꾸준히 지원해 왔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가 만든 어떤 것이라도 우주에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제는 우주 전체를 사업 대상으로 봐야 할 때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우주 비즈니스는 민간 기업이 이끌어 가는 것인 만큼 우리 정부는 우리 민간 기업이 우주정거장이라는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연계해 예산·연기금이 매칭 펀드로 참여하는 방식, 글로벌 1위 사업자와의 협업을 위한 각종 정책 혜택 등 상업 우주정거장 사업에서 우리 기업의 지분과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열심히 강구해야 할 때다.

[정동수 스트라이커캐피탈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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