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몽골 말타기

2022. 8.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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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초등학교 6학년 손자와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아내도 동행했다. 2016년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손자는 마지막 여름방학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느냐는 할아버지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몽골에 가서 말을 타고 싶다고 답했다.

8월 1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3시간40분 만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훈누' 캠프에 도착해 영화에서만 보던 몽골 텐트 '게르'에 짐을 풀었다. 침대 3개가 마련된 '게르'에 손자는 만족한 표정이다. 이어서 향토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손주와 몽골의 자랑거리 별자리 감상에 나섰다. '별빛이 쏟아진다'라는 말 그대로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이 우리에게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튿날 드디어 승마 체험의 날이다. 캠프의 특별 배려로 대장과 리더 외에도 1사람당 1명씩 가이드 3명이 안전끈을 붙잡은 채 간단한 승마 교육에 이어 말타기에 나섰다. 손자 앞에서 할아버지 체면상 자신 있게 말에 올랐지만 불안하기만 했다. 다행히 몽골 말의 높이가 낮은 편이라 조금 안심이었으나 가이드들은 아랑곳없이 '톨' 강을 건너 '테를지' 공원까지 20㎞를 쉬지 않고 달렸다. 엉덩이에는 불이 나는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되돌아왔다. 이날 밤에도 손자는 별자리 감상을 만끽하고 있었다.

사흘째는 두 번째 승마 체험으로 '톨' 강을 따라 16㎞ 트레킹에 나섰다. 특히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강가에서 먹는 맛이 별미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승마인데도 어느새 전속력으로 달리는 손주의 말 타는 모습이 부럽기 그지없었다. 캠프에 돌아와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저녁 식사로 '허르헉'이라는 이곳 양고기 별식을 맛보고, 이날 밤에도 손자와 할아버지는 허허벌판 잔디밭에 누워 별자리를 마음껏 감상했다.

나흘째 오전에는 인근에 사는 유목민의 '게르'를 방문해 몽골 유목민들의 생활상을 잠시나마 엿보았다.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 기념관에는 그가 사용했다는 칼 등 유물이 그런대로 잘 보관되어 있다. 오후에는 국영백화점을 둘러보고 민속 전통 공연도 감상한 뒤 저녁에 한국 식당에서 모처럼 삼겹살로 향수를 달랬다. 저녁에는 울란바토르 시내 한복판에 마련된 대규모 '칭기즈칸' 광장에서 마지막 몽골의 밤을 즐겼다.

지금은 어엿한 고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몽골에서 말타기'가 가장 추억에 남는 여행이었다고 말할 때마다 할아버지로서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김인규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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