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법안 국회에 발목 잡혀있는데 여당 자중지란 한심하다 [사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정권 초반인데도 전례 없이 바닥을 기고 있다.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 문자에서 보듯, 당 지도부가 '친윤'과 '친이준석' 계파로 갈려 당권 장악을 위해 서로 손가락질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탓이 크다. 문제는 여당 지도부의 이전투구가 당내 갈등과 분열에 머물지 않고 국정과 민생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 두 달간 발의된 법안만 800건이다. 임대차보호법, 납품단가 연동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을 담은 민생 법안이 수두룩하다. 부동산세·소득세·법인세 부담을 줄여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세법 개정안도 그중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부자·대기업 감세'라는 프레임으로 발목을 잡으려 벼르고 있다. 야당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도 시원찮을 판에 여당이 권력 다툼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선택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반시장적 규제들을 혁파하라는 주문이다. 국가 미래를 위해 연금·노동·교육개혁도 더 이상 늦추지 말라는 요구다. 그런데도 여당이 서로 삿대질하며 민생과 개혁을 뒷전으로 미뤄놓는 것은 민의를 짓밟는 행태다. 더구나 지금은 복합 경제위기가 덮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민심이 떠나면 국정 동력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민생과 경제를 살리려면 여당이 이제라도 볼썽사나운 당권 다툼을 멈추고 조속히 분란을 수습해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 필요하면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에 대한 전면 쇄신에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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