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돌입 국민의힘, 험로 예상.."걱정이 크다"
활동 기한·시기·성격 놓고 당내 이견 극명하게 갈려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집권 여당이 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지율 하락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리더십 붕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기 위함이다. 비대위 체제 수립과 과정 등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지만, 초기 단계부터 이견이 쏟아진다.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이 무사히 비대위 체제로 안착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2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상임 전국위원회 및 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할지 여부와 비대위 임명 권한에 대한 유권 해석 등을 급히 논의하기 위해서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안건은 상임 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이었다"며 "(최고위) 7명 중 4명이 참석해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전국위 소집 요건은 총 3가지로 △최고위가 의결할 경우,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전국위 위원장(서병수)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다.
박 원내대변인이 "가능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빠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전국위가 열릴 전망이다. 전국위는 비대위 선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상임 전국위는 당헌·당규를 따져 비대위 구성 근거 등에 대한 해석을 한다.
전날(1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체제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은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이는 혼란에 빠진 당을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들의 최고위 의결 참여 등을 놓고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는 데다, 비대위 성격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이견이 표출돼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비대위 체제 전환 자체를 두고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당헌 96조 1항에 따르면 비대위 구성 요건은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징계를 '사고'로 판단했기 때문에 비대위 전환을 위해선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했다'는 당헌 해석이 필요하다.
최고위 기능 상실 조건을 두고 최고위원 '전원' 사퇴냐 '과반' 사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준석계'로 불리는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혀 반대파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특히, '비대위 출범 뒤 조기 전당대회' 시나리오는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적 복귀를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반발은 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당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강력하게 비난했었는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고 질타했다.
당 수석대변인인 허은아 의원도 "부끄럽다. 우리는 옳은 길로 가야 한다"며 "원팀이 중요하지만, 이대로라면 당도 대통령도 나라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 지도부를 대신할 비대위 활동 기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의 잔여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약 10개월 정도 남아있다. 이 대표는 현재 '사고' 상태이기에, 당헌·당규상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히는 당 대표의 임기는 잔여 임기까지다. 즉, 즉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더라도 새로 뽑힌 당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한정된다.
이번 비대위 체제 전환은 결국 조기 전당대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차기 권력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반쪽짜리 '대표'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결국, 국민의힘이 전당대회에서 2년 임기의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하기 위해선 비대위 체제가 내년 1월까지 유지돼야 한다.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가 풀리는 시점이 내년 1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5개월간 비대위가 존속될 경우 이 대표의 복귀 시점과 충돌할 수 있어 비대위를 통해 '조기 전대'를 희망하는 친윤계 쪽에선 당헌·당규를 수정해 2년 임기의 새 당 대표 선출을 희망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비대위 성격도 풀어야 할 숙제다. 비대위가 꾸려진다면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성격을 띌 가능성이 농후하다. 집권 여당이 정권 초 비대위 체제를 오래 끌고 가기 부담스러운 만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체계가 구축될 때까지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는 '관리형' 비대위로서 9-10월까지 유지되다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의원 사이에서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해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금 지도부와 역량이나 개혁성이 비슷하다면 굳이 최고위를 해체할 이유가 없다"며 "비대위는 당연히 현 지도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역량이 있고, 혁신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정부와 국정 운영 공조도 잘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과 관련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만나 "비대위 체제 전환을 두고 기한, 성격과 관련한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며 "상황을 수습할 마땅한 여력이 보이지 않아 매우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당 지지율도 끝없이 하락하는 상황에선 결단이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통해 빠르게 비대위를 구축하고 당을 재정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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