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너를 사랑해..악마의 그루밍

김도영 2022. 8. 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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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랑 사귀자."
"13살인데 괜찮아요?"
"응, 괜찮아."
"너 키스 안해봤지?"
"네
"음...알았어. 아저씨가 잘 가르쳐줄게.”

이 대화는 스스로 32살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13살 역할을 하던 성인 배우와 온라인 상에서 나눈‘실제 대화’이다.

지난해 정부 표본조사를 보면 10대(만10-19세)의 95.9%, 거의 전부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대부분 갖고 있고, 어디서나 쉽게 와이파이가 연결된다. 문자 메시지, 채팅, 영상통화가 언제든 가능하고, SNS에는 아이들이 올린 사진과 개인 정보가 넘쳐난다. 모르는 아이에게도 너무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 이런 디지털 환경에서 열광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 각종 ‘온라인 채팅’이다.

최근 11살 초등학생과 성관계를 한 남성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한 유명 대학 교수가 17살 미성년자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랜덤채팅앱에서 만났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표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아동·청소년의 절반 가량은 채팅앱을 통해 피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KBS 〈시사기획 창〉은 온라인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기 채팅앱, SNS 메신저를 통해 추적에 나섰다. 성인 배우들이 13살, 15살, 17살 미성년자를 연기했다. 그리고 그들이 채팅앱에 접속한 그 순간부터 쉴새 없이 전화가 울려댔다. 만나자, 성관계를 하자, 유사 성행위를 해달라는 요구가 끝없이 이어졌다.

돈을 주겠다며 ‘조건만남’을 제시하는 1회성 대화도 있었지만, 끝없이 아이를 설득하고 회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에겐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예쁘다고 칭찬하고, 너를 이해한다고 공감하고, 네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끝없이 말했다. 온라인 그루밍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온라인 그루밍(online grooming)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 -출처: 여성가족부 -

“저 13살인데 괜찮아요?” 묻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너는 특별하고,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들. 그들에게 갇힌 아이들은 스스로 진짜 연인관계였다고, 우리는 사랑했었다고 말한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걸까, 어떤 대화가 이어지는 걸까. 아이들은 왜 ‘사랑’이라고 말하는 걸까.

내 아이는 안그래, 그런 아이가 아니야?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아이들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어른들이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 사이, 한올 한올 아이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그루밍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그루밍하는 생생한 ‘그 놈 목소리’, KBS 〈시사기획 창〉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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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기자 (peace100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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