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인종차별, 오늘이 마지막이길..우린 그저 같은 인간"
동료 항의·팀은 조사 요구·팬들 응원..황 "함께 싸워줘 감사"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최근 자신이 경험한 인종차별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황희찬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내 동료들과 후배들,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황희찬은 지난 1일 포르투갈 알가르브에서 열린 포르투갈 2부리그 SC파렌세와 프리시즌 친선전에 선발 출전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는 후반 11분 팀 동료가 얻은 페널티킥을 차기 직전 상대 팬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당했다. 상대 골문을 바라보고 킥을 준비하고 있을 때 손가락 욕을 하던 팬이 흥분했는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눈을 찢는 동작을 취한 것이다.
다행히 황희찬에겐 인종차별에 함께 맞설 동료와 팀 그리고 팬들이 있었다. 울버햄프턴 주장인 코너 코디가 주심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방치하는 것에 항의했고, 울버햄프턴 구단도 경기 직후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또 울버햄프턴 팬들도 황희찬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황희찬은 “구단과 스태프, 동료, 팬분들이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사실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해 독일 라이프치히를 거쳐 울버햄프턴에 입단할 때까지 아시아에서 날아온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부딪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구자인 박지성(은퇴)과 손흥민(토트넘) 등 선배들이 이미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황희찬의 가족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 가운데 인종차별 한 번 경험하지 않은 이가 있겠느냐”며 “(황)희찬이도 숱한 경험으로 단단해졌다. 이번 일로 큰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역시 자신의 뒤를 이어 도전할 후배들을 위한 배려로 풀이된다. 황희찬 본인은 인종차별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불이익을 우려해 참고 견뎠지만, 앞으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황희찬은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황희찬은 6일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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