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시행 '구매대행업자 등록제'..달라진 무역환경에서 안착하려면[이코노믹 뷰]
요즘에는 해외직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드문 것 같다. 국내소비자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이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출고되어 국제배송되고, 국내소비자 명의로 직접 수입 통관을 하는 일이 일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중·일이 가까운 장래 거대한 전자상거래 단일 시장으로 묶일 것이라는 전망도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무역이란 B2B(기업 대 기업) 무역이었고, 수입은 기업이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수입화주가 되는 B2C(기업 대 소비자) 무역이 대체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무역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B2B 무역을 전제로 만들고 운영해왔던 제도들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품이 우리나라 국경을 넘어오게 되면, 관세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 물품이 한국에서 사용·유통·소비되기 위한 표준, 안전기준 등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도 확인도 받아야 한다(이것을 수입요건 확인이라고 부른다). 기존 제도에서는 수입 통관의 주체가 되는 수입화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다.
이러한 방식은 국내에 판매할 목적으로 해외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하고, 위와 같은 수입절차에 관여하는 기업들이 수입 통관을 하는 B2B 무역에서는 유효하게 작동했다.
달라진 무역환경에서는 해외직구를 하는 소비자 개개인 각자가 수입화주가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세금 신고나 수입요건 확인과 같은 수입절차는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 측에서 전적으로 대행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수입화주라고 해 그 책임을 소비자에게 묻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해외에서 상품 1000개를 수입 통관해 국내 판매한 기업을 조사해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해외에서 각자 상품을 구매해 수입 통관한 개개인 1000명을 조사해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관세청의 구매대행업자 등록제는 달라진 무역 환경에 대응하는 제도 변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구매대행업자 등록제는, 해외직구 소비자들 개개인을 관리하는 대신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 입점해 국내소비자들에게 해외직구 상품을 판매하거나 구매를 대행하는 구매대행업자들을 등록시켜 세관에서 관리함으로써 해외직구 상품이 적법하게 수입 통관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잘 정착되어 제대로 운영될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겠지만, 제도의 성공을 위하여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해외에 사업장을 두고 국내 소비자에게 해외직구 상품을 판매하거나 해외직구를 대행하는 구매대행업자들에 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등록의무가 있는 구매대행업자는 국내에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한 사업자들에 국한되는데, 해외사업자들은 국내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기 때문에 등록제의 적용이 어렵다.
둘째, 구매대행업자의 등록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직전 사업연도 구매대행한 수입물품의 총 물품가격이 10억원 이상인 업자들에 대해 등록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등록기준이 되는 ‘구매대행한 수입물품의 총 물품가격’에 구매대행업자가 해외공급자로부터 상품을 구매한 가격 외에 구매대행업자의 수수료나 마진, 그 밖의 부대 비용은 포함이 되는지, 포함된다면 어느 범위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구매대행업자의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대체요건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인허가나 등록 제도에서는 해당 업자의 법 위반행위가 있을 경우 행정제재로 영업정지 처분을 하게 된다. 이때 영업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가혹할 수 있으므로, 영업정지에 갈음해 과징금 납부를 허용하게 된다. 구매대행업자 등록제에서는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과징금 대체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징금 대체 요건이 B2B 무역에서는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재를 취급하고 동일 아이템을 두고 수많은 업자들이 경쟁하는 해외직구 B2C 무역에서 특정 구매대행업자에 대하여 업무정지를 했다고 해 공익을 해치거나 이용자에게 심한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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