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위축에..기업대출 한 달 새 8조원이나 늘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기업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약 8조원 늘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보다 은행 대출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대출 금리도 낮지 않아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587조379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2073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도 전달 대비 2조7119억원 늘어 지난달 말 기준 94조6363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 증가분을 합하면 7조9192억원에 이른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2조2155억원 감소하긴 했지만 기업대출이 증가하면서 5대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 잔액(1394조8918억원)은 한 달 동안에 5조7109억원 불어났다.
기업대출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은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기조에 채권 발행 금리가 뛰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 중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96조10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14조248억원) 감소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이 침체하면서 기업들의 은행권 대출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금리 수준이 높지만 은행 대출 금리도 낮은 편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소기업 대출의 가중평균금리는 전달 대비 0.27%포인트 오른 4.06%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4.04%)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리는 것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을 정도로 채권 시장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A 이하인 채권의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2조7815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추가 인상하면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고 기업의 이자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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