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생산 나서는 아프리카..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위협

김혜리 기자 2022. 8. 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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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 용도
유럽 상대 투자 유치 움직임
"탄소 식민지 전락" 우려 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프리카가 화석연료 생산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지구 온난화 마지노선’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프리카가 매력적인 대체 에너지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속해 있는 아프리카연합(AU)은 오는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들은 부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도 화석연료 생산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아프리카의 화석연료 개발로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생태계 파괴 등 기후 재앙이 도래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선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하는데 아프리카가 화석연료 생산을 늘린다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화석연료 신규 투자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프리카가 유럽의 ‘탄소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아랍지부의 파티마 아울리는 아프리카에서 신규 화석연료 개발을 추구하는 이들이 새로운 형태의 탄소 식민주의를 부르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화석연료 중 대부분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쓰일 테지만, 탄소를 배출하며 환경에 해로운 사업을 추진한 대가는 아프리카가 더 혹독하게 치를 것이라는 얘기다. 아프리카는 이미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이 현재 4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수백만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석탄 네트워크(ACN)’의 로레인 치폰다는 “가뭄, 홍수, 태풍 등 아프리카인 수백만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를 제안하고 추진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 개발이 아프리카의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약 5억8000만명이 전기 등 현대 에너지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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