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전역에 제비 둥지 고작 106개..이러다 제비 못 볼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농어촌은 물론 도시지역의 상당수 가옥에는 제비집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도시는 물론 농어촌 지역에서도 제비를 보기가 쉽지 않다. 농어촌 지역은 농약의 사용이 늘어난 것이, 도시지역은 가옥이 흙집에서 아파트 등 콘크리트 구조물로 변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제비는 가옥의 처마에 둥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아파트 등 현대식 건물은 처마가 없어 제비들이 안식처를 마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도시에서는 제비가 완전히 사라졌을까. 그렇지는 않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대전 전역을 대상으로 제비 서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 6개 지역에서 106개의 제비 둥지를 찾아냈다고 2일 밝혔다.
제비는 암수 한 쌍이 함께 알을 낳아 보통 4~5마리의 새끼를 키우게 된다. 106개 둥지의 제비가 정상적으로 번식했다고 가정하면, 400~500여마리의 제비가 대전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하지 못한 제비와 제비집이 더 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 “하지만 30~40년 전과 비교하면 제비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은 급격한 도시화로 제비의 서식 여건이 아주 좋지 않다”면서 “특히 흙으로 지은 집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의 주택이 아파트로 변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주로 서식하다 가을쯤 남쪽으로 떠났다가 봄철에 다시 오는 제비류는 제비와 귀제비 등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제비는 처마에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튼다. 귀제비는 입구를 좁게 둥지를 만들고 번식한다. 이번에 발견된 제비 둥지 106개 중 제비가 80개, 귀제비가 2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비들은 단독주택이나 지은 지 오래된 상가건물이 많은 외곽지역에서 주로 발견됐다.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대덕구 신탄진시장으로 40개의 제비 둥지가 확인됐다. 또 대덕구 장동에서 제비 둥지 10개와 귀제비 둥지 21개 등 모두 31개의 둥지가 발견됐다. 유성구 금탄동에서 제비 둥지 7개가, 서구 기성동에서 제비 둥지 5개가 각각 발견됐다. 대덕구 와동에서는 귀제비 둥지 5개가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도심지역으로 볼 수 있는 중구 서남부터미널에서 14개의 제비 둥지가 확인됐고, 동구 대동에서 4개의 제비 둥지가 발견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자체 등과 협의해 현재 제비 둥지가 있는 가옥을 훼손하지 않고 보전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시민들의 제비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비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제비의 생태적 특성과 보전 방법 등을 연구하고 시민들에게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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