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슈퍼마켓에 '대형마트 의무휴무 폐지 반대' 현수막.."대선 때나 시장·서민 찾지" 소상공인들 분노
상인연합회 반대 목청..마트 노동자 "우리도 쉬고 싶다"
국무조정실이 규제혁신을 명분으로 4일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제한’을 첫 안건으로 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 상인들과 슈퍼마켓 업주들이 전국적으로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섰다.
전국상인연합회(연합회)는 2일 오전 11시 대전 중앙시장 대전상인연합회 건물에서 ‘전국상인연합회 긴급이사회의’를 열고 3일부터 전국 전통시장 1947곳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대형 펼침막 등을 게시하기로 결의했다. 연합회는 대규모 집회도 결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연합회 산하 17개 지회가 모두 참석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하는 총회 안건에 대해서는 17개 지회가 모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식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각급 부처 장관들과 국회의원분들을 만나 상인들의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며 “전통시장은 현재 온라인 업체까지 진출하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폐지한다면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2시 소상공인진흥공단을 찾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전국상인연합회 소통 간담회’도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박성효 소상공인진흥공단 이사장은 “선거 때면 가장 먼저 가는 게 시장”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나 우리나 대형마트(의무휴업 폐지 반대) 건은 같은 입장이다. 소상공인과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밝혔다.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은 시·도지사에 권한이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의무휴업일) 요일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에서 이영 중기업부 장관과도 간담회를 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영향평가 없이 바로 (의무휴업 폐지를) 강행하면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대신동 서문시장 입구에는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라는 대형 펼침막이 내걸렸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10년 만에 논의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놓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서문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60대 김모씨는 “이번 정부는 부자만 생각하는 정권인 것 같다”며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서문시장에서 서민들 잘 살게 해주겠다 한 말이 거짓말 같다”고 푸념했다. 10년간 생선가게를 운영한 이모씨(50대)는 “주말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직선거리 200여m에 위치한 월배시장 상인들도 ‘의무휴업 폐지’에 강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손병식 월배시장 상인회장은 “대형마트 인근의 규모가 큰 전통시장의 경우 피해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마트에 근무하는 노동자도 의무 휴무제 폐지에 반대한다고 한다. 약자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10년간 평화롭게 이어지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국민제안 10건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지만 ‘어뷰징(abusing·반복 행위를 통한 클릭수 조작)’ 등이 감지되면서 애초 계획한 우수 제안 3건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2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영업제한’을 첫 규제심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골목 상권을 지탱하고 있는 슈퍼마켓 업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1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골목상권 지키기를 결의한 데 이어 지역별로 반대 현수막을 내 거는 등 조직적인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전북 전주수퍼마켓조합연합회 정양선 이사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졸속 여론조사를 거쳐 폐지 운운하는 것은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라고 밝혔다. 그는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것은 유통 대기업의 향토상권 침탈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뤄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 성정모 이사장도 “의무휴무일을 주중으로 바꾸는 등 날짜를 바꾸는 데는 동의하지만 폐지는 결사반대”라며 “영세 상인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 성토했다.
박용근·김현수·강정의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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