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 집행하면 한일 관계 파탄?..피해자 위협일 뿐"

정인환 2022. 8. 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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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해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관계가 파탄난다는 주장은 피해자를 위협해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가해 기업과 피해자 간 접촉조차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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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부 상대 전후보상 소송 피해자 대리인 이력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이메일 인터뷰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2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동원 피해배상 강제집행 방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가해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관계가 파탄난다는 주장은 피해자를 위협해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전후 보상 재판에서 피해자 쪽 대리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야마모토 세이타(69) 변호사는 지난달 26일과 28일 두 번에 걸친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에서 비난 여론이 일자, 판결의 정당성과 역사성을 법률적으로 분석한 책(<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을 동료 변호사들과 펴내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일본 전후 보상 재판 전문가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전후 보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일본사를 전공하던 대학 시절 한국인 원폭 피해자로 치료를 위해 일본에 밀항해 온 손진두씨 지원 운동(1972년)에 참가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재일동포) 김종갑씨의 일본 국적 확인 소송(1975년)도 지원했다. 이 재판들이 전후 보상 재판의 시작이란 것은 훨씬 뒤에야 깨달았다. 이후 교토의 (재일동포 활동가) 송두회씨와 알게 돼 사법연수생 시절부터 (우키시마호 사건 등) 그가 계획한 전후 보상 재판 준비에 관여하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전후 보상’이란 말도 잘 모르던 사람이 어쩌다 보니 그 한복판에 서게 됐다.”

—전후 보상 전문가로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어떻게 보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국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국제적으로 ‘전통적인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일본에서 국가와 논쟁해가며 재판을 진해해 온 입장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은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하며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소수 의견도 익숙하게 느껴진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중-일 공동성명,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따라서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일본 법원의 판단이야말로 매우 특이하고, 국제법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가해 기업과 피해자 간 접촉조차 차단하고 있다. 반면 중국 쪽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선 일본 정부 묵인 아래 가해 기업이 사과를 하고, 배상에도 참여했는데.

“일본 정부가 중국 피해자의 가해 기업의 화해를 묵인한 것은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는 분명한 이중 잣대다.”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해 가해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에 대한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현금화는 한-일 관계 파탄을 뜻한다’고 말한다. 바람직한 해법은 뭔가?

“이른바 ‘현금화는 한-일 관계 파탄을 뜻한다’는 주장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양국 시민사회에서도 나오는데, 그 의미를 모르겠다. 대체 ‘파탄’이란 뭘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같은 상태인가? 가해 기업 한국 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면, 자위대가 독도에 상륙하거나 서울에 미사일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역으로 주일 한국대사가 일본 총리를 면담할 수 없는 현 상황은 우방국 간 통상적인 관계로 볼 때 이미 파탄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파탄’ 운운하는 주장은 ‘여기서 더 나가면 큰일 난다’며 피해자를 위협하고, ‘이제 적당히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일 뿐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사죄도 거부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파탄을 피해야 한다’ 는 발상에서 시작하는 해결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일본 쪽이 사죄할 뜻이 없고, 한국 정부도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할 의사가 없다면, 묵묵히 법적 절차(현금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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