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대중국 파이터' 펠로시라서..중, 유독 더 '발끈'
31년 전 톈안먼 '추모 시위'
장쩌민을 "폭군"으로 지칭
인권 탄압 비판 '눈엣가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에 중국이 유난히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30년 이상 계속된 펠로시 의장의 ‘대중 매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이토록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가 가지는 상징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서열 3위 인사다.
펠로시 의장이 민주당의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로 꼽힌다는 점도 중국으로선 눈엣가시다. 중국 정부와 펠로시 의장 간 악연은 무려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당시 4년차 하원의원이던 펠로시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톈안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돌발 시위를 벌였다. 그는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동료 의원 및 기자들과 톈안먼 광장에 들어가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다가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또 1997년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그를 “폭군”이라고 부르며 장 주석이 있던 건물 밖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인권 문제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중국을 압박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2년 후진타오 당시 중국 부주석에게 구금된 중국·티베트 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를 전달하려 했다. 이에 실패하자 펠로시 의장은 7년 후 주석이 된 후진타오에게 류샤오보 등 정치범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인물로, 2017년 구금된 상태에서 간암으로 사망했다. 중국이 대만만큼이나 민감하게 여기는 곳 중 하나가 티베트 지역인데, 펠로시 의장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꾸준히 교류하고 티베트인 권리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점도 중국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펠로시 의장은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의 올림픽 유치도 꾸준히 반대해왔다. 그는 2008년 중국이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촉구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등을 이유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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