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바이든·'3연임' 시진핑, 물러날 수 없는 치킨게임
중국 급부상하며 ‘하나의 중국’ 동상이몽…견제·충돌 세져
펠로시 의장 임기 말 ‘정치적 모험’…바이든도 ‘굴복’ 부담
무력시위 양국 ‘말의 전쟁’, 우발적 군사 충돌 번지나 우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은 대만 문제가 미·중 간 충돌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대만 문제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를 위한 초석을 놓던 시기부터 미·중관계의 잠재적 화약고였지만, 21세기 들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본격적으로 미국의 지위를 넘보기 시작한 이후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은 닉슨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당시 발표한 2·28 공동성명(상하이 코뮈니케), 1979년 미·중 수교 공동성명, 1982년 대만관계법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8·17 공동성명 등 일련의 외교문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일관되게 확인했다. 미국은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신 중국은 대만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미·중관계가 순조로웠던 시절에도 대만 문제는 주기적으로 긴장을 일으켰지만, 21세기 접어들면서 충돌 빈도가 높아지고 강도가 세졌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약속을 어기고 대만 독립을 지원한다는 의심이, 미국은 중국이 무력을 동원해 대만을 통일하려 한다는 의심이 커진 것이다.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무기를 지속해서 판매해온 것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과의 통일을 달성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것도 상대에 대한 의심을 부채질했다.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방어’에 관한 잇따른 언급, 한층 강화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 등 올들어 전개된 각종 사건은 상황을 급속히 악화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떠올랐다. 평소 중국의 민주주의 및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해온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과시함으로써 연말로 다가온 의장 임기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 짓는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국내 정치적 상황도 선뜻 물러설 수 없도록 만들었다.
대만 문제에 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온 시 주석 입장에서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조심스러운 생각을 내보였다가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중국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뒤집어쓸 처지가 되자 바이든 정부는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이 수면 위로 올라온 순간 먼저 양보하면 체면을 구기기 때문에 어느 쪽도 물러서기 어려운 ‘치킨게임’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관건은 어디까지 서로 마주 보고 돌진할 것이냐다. 현재로선 미·중이 무력시위와 비방전을 주고받은 다음 관리 모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충돌로 번지는 것은 양측 모두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갈등이 쉽게 꺼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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