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행 강행..미·중관계 '격랑'
남중국해 우회..늦은 밤 도착
3일 차이잉원 총통과 면담도
대만해협 군사적 긴장 최고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이 20여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미·중관계도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TVBS 방송 등 대만 현지매체들은 펠로시 의장과 일행을 태운 C-40C 전용기가 2일 오후 10시45분쯤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아시아 순방 두 번째 기착지인 말레이시아의 군 기지를 떠나 대만으로 향했다.
이 비행기는 단거리인 남중국해를 통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경유하는 우회 경로로 대만으로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펠로시 의장은 타이베이 시내 호텔에 묵은 뒤 다음날 오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면담하고 입법원(의회)을 방문한 후 대만을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 극비에 가깝게 추진됐다. 그는 지난달 29일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도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보안상 절대 말하지 않겠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대만 정부도 끝까지 공식적으로 방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방문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미 고위급 인사의 대만 방문을 1979년 수교 당시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중국은 깅그리치 의장이 야당 소속이었던 것과 달리 펠로시 의장은 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을 미국 정부가 허용한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14억 중국 인민과 적이 되면 좋은 결말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일정이 알려진 이날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으며 군함 여러 척도 인근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또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푸젠(福建)성 일대의 항공 교통을 부분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 군함, 대만해협 인근에…미·대만도 대응태세
대만 지역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전날 상륙 군사훈련 동영상을 공개하며 “명령 즉시 싸우겠다. 침범하는 모든 적을 매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대만도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대만군이 이날부터 4일까지 인민해방군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의 단계를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의 방문 기간에 중국이 직접적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미 입법부 수장을 상대로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중 양측 모두 원치 않는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에도 한동안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는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1996년의 대만해협 위기 상황을 언급하고 있다. 1995년 당시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모교인 코넬대 강연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했다.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이전보다 군사력을 강화한 중국의 위협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중국의 장·단기적인 추가 조치에 대만해협 내에서 대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 군사적 도발이나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대규모 항공기가 진입하는 작전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 해결 과정은 향후 양국 간 위기 관리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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