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향 바꾼 옥시..영국 본사 보고서엔 "보상책임 제한"

이윤석 기자 2022. 8. 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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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피해자 측이 오늘(2일) 오후 옥시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어제 저희가 보도해 드렸던 옥시 임원의 조롱성 발언, 그러니까, 노인들이 용돈 벌려고 가짜 피해자 행세를 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김태종/피해자 유족 : 탑골공원에 가 있는 노인들을 폄하하는 발언이며 일개 회사의 홍보 이사가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옥시 측은 "직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직원의 말실수지,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건데요. 정말 그런지, 지금부터 옥시 영국 본사의 사업 보고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곳곳에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내용과 함께 합의 자체가 어려울 거란 표현도 나옵니다.

탐사보도팀 이윤석 기자입니다.

[기자]

올해 초 공개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 사업보고서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법적 과학적 증명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보상 지급에 대해 책임을 제한할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 측 전문가들이 검토해보니 한국 발표와 다르게 가습기 살균제와 천식 등 일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고도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처럼 표현한 부분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선 책임을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겁니다.

과거엔 달랐습니다.

지난 2016년 보고서엔 "옥시는 과거를 되돌릴 순 없지만,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거나 "문제 해결은 시급한 일이고, 모든 사람이 참여하고 과거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박재욱/변호사 : 조정안을 받을 생각은 없고, 한쪽으로는 피해자들을 달래고, 또 한쪽에서는 주주들을 위해서 회사의 이익을 챙기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조정위는 옥시에 5천억 원을 내라고 제시했습니다.

옥시는 금액이 너무 크다며 거부했습니다.

조정위 관계자는 "옥시에 1000억 원을 낮춰주겠다는 제안도 했었지만, 옥시가 원료 물질 제조사의 책임이 더 커야 한다고 반발했다"고 했습니다.

[B씨/옥시레킷벤키저 측 관계자 : 제조사만큼 원료 공급자도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공정한 분담 비율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는 허점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VJ : 장지훈 / 영상디자인 : 조승우 / 인턴기자 : 최지은·나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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